[아시아블로그]'마트 대란'으로 풀어본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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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요즘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연말 대선 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늠 지을 최대 승부처로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득권에 편중된 부(富)는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판타지를 그려내는데 성공했지만, 가계부채 1000조원의 그늘 아래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은 빚쟁이로 전락했다. 유권자들이 경제민주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이런 절망적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의 열병은 유통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올 한해 유통가를 뜨겁게 달궜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골목상권 살리기 운동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최근 홈플러스가 경기도 오산에 대형마트 등록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단체가 함께 만든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상생 방안을 논의해놓고, 뒤로는 딴 짓을 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측은 협의회 발족 이전부터 해당 점포의 개점이 결정돼 있었고 합의 예외지역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러나 분노한 중소상인들은 이미 홈플러스를 골목상인들의 씨를 말리는 자본의 악마쯤으로 규정해 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유통가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서 보듯, 현재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담론들은 사실상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내걸고 있는 간판은 그럴싸하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천민자본주의'와 '포퓰리즘(Populism)'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사들은 무자비한 출점 전략을 기업의 정당한 영업행위라고 강변한다. 자본의 힘에 의해 유통시장이 거대화 되는 것은 시장경제하에서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변명의 기저에는 여전히 개발지상주의 시절 만연했던 '돈이면 다 되는 것 아니냐'는 천민자본주의가 깔려 있다.


미국 정부가 시장점유율 80%가 넘던 스탠더드오일을 반독점법을 내세워 34개 독립회사로 분리시킨 것이 1911년이다. 자본주의에 고향에서도 100년 전에 거대 자본의 무자비한 횡포를 경계해 왔는데, 우리기업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구태를 벗으려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마트 규제를 외치고 있는 중소상인들이 옳은 것도 아니다. 단순히 마트의 영업을 막는다고 자신들의 가게에 손님이 넘칠 것이란 생각은 대단히 일차원적이다. 서비스 강화나 틈새 경쟁력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울타리만 쳐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기댄 '떼쓰기'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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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에 소위 부정적인 사람들은 거대기업들이 가지는 '생산성'의 장점만 내세운다. 반대 진영에서는 재벌들의 폐해만 부각시킨다. 대형유통사와 소상공인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도 결국엔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경제민주화와 상생은 이제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앞당기려면 스스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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