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주인공은 환자.. "말뿐 아닌 제도화 필요한 시점"
의료소비자 권리확보를 위한 의료정책 개선방안 토론회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를 확대하자는 건 어제 오늘 나온 목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산발적이며 소수의 외침일 뿐이었다. 때문에 의료현장의 이해 당사자들이 한 데 모여 '소비자 권리'를 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송보경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이런 주제의 토론을 한 건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제도화까지 논해야 한다"며 송 교수의 놀라움에 화답했다.
◆"환자는 알고 싶다" 진료비ㆍ의사실력ㆍ과잉진료 여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5개 소비자단체가 13일 공동주최한 '의료소비자 권리확보를 위한 의료정책 개선방안 토론회'는 "정말 환자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데서 출발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13∼50세 국민 1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권리 항목은 진료비 적정여부(45.3%), 병원평가정보(24.4%), 비급여 확인(18.2%) 순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로는 병원비(29.1%), 병원별 치료율 및 사망률(28.5%), 과잉진료 의심병원(16.4%)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76.3%는 진료비가 부적절하다고 여겼고 68.0%는 "부당해도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놀랍지 않은 결과임과 동시에 서글픈 현실이다. 오숙영 소비자시민모임 운영위원은 "비용이라는 가장 기초적 권리를 요구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소비자 권리는 원초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환자권리 규정하는 제도적 근거 마련해야"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의료정보가 취합되는 심평원의 행보에 소비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강윤구 심평원장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제공 사업을 계속 펼쳐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의사협회ㆍ병원협회ㆍ치과의사협회 등 공급자 쪽도 참가했다. 이들은 "정보 공개는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국민이 의료에 갖는 불만은 사실 낮은 보장률"이라며 논의가 정보 공개 쪽으로 치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의료의 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 증시 왜 이렇게 뛰나"…코스피 랠리에 이탈...
이에 논의를 발전시켜 '제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은 "보건의료자원 배분이나 급여우선순위 설정에 환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환자권리를 정의하고 강제하는 환자권리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권용진 서울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아예 "소비자 역할을 반영하는 구조를 행정조직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토론회는 '행동'을 촉구하며 마무리됐다. 박길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각론을 어떻게 전개하고 실천할 것이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했고, 권용진 교수는 토론회 도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급자도 정부도 환자를 중심에 두고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요"라고 썼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