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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병훈 감독 "'터치' 극장 개봉 안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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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치' 제작 현장(사진 맨 오른쪽이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필름

영화 '터치' 제작 현장(사진 맨 오른쪽이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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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영화감독 민병훈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람 재우는데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이어진 생명 3부작을 내놓은 민병훈 감독의 영화는 상업성과는 솔직히 먼 거리를 두고 있다. 민 감독 역시 그 부분을 인정한다. 자신을 사람 재우는 재주를 가진 감독이라고 소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참 괴짜 감독이다. 하지만 지난 8일 개봉한 그의 신작 ‘터치’는 민병훈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빠른 호흡으로 휘몰아친다. 그를 보고 어떤 이들은 재미없는 영화 찍는 감독이라고 한다. 진짜 그럴까.

민 감독은 “나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아니 나 자신을 알고 있다. 일반적인 개념의 오락영화는 나와는 절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상업 영화는 나도 할 수 있다. 이번 ‘터치’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제용 감독’이란 빛 좋은 개살구 타이틀을 거부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터치’에 대한 반응은 작품성과 예술성에 더 기댄 모양새다.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는 ‘터치’에 대한 별점 평균은 5개 만점에 4개,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9.8점을 넘어선다. 이미 개봉 전 동남아시아 6개국에 선 판매가 완료됐다. 예술성에만 기댄 평가란 질문에 민 감독은 “그런 판단을 하는 분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보고 난 뒤 판단해 달라. 그 뒤에도 재미가 없다면 나를 무시하면 그만이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의 자신감 배경에는 당초 ‘터치’의 전례 없는 개봉 방식 추진이 밑바탕에 있다. 바로 극장 배급을 포기하고 온라인 개봉을 추진했었다. 추진이 아닌 성사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민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 다양성이 존재하나? 김기덕 감독의 외침을 난 절실하게 느낀다”면서 “저예산 영화에 대한 유통 자체에 소극적인 국내 멀티플렉스에 경고장을 날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배급 구조를 개척한다는 의미로 이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결국 한 대형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개봉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과정까지 마치게 됐다. ‘감상용으론 100원, 다운로드는 1000원’에 판매해 새로운 배급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아쉽게도 온라인 불법 유통에 대한 기술적인 보완이 걸림돌이 돼 무산됐단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첫날까지 이 방식은 유효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걸림돌은 저예산 영화 개봉 시 필연적 문제인 ‘퐁당퐁당’(교차상영)으로 이어졌다. 그것도 조조할인과 심야 시간대에 편성된 극단적인 ‘퐁당퐁당’이다. 상영관마저도 서울에선 단 세 개관뿐이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현재는 상영회차 마저 줄어들었단다. 실질적으로 관객과의 접근을 배급 라인에서 차단시켜 버린 꼴이 됐다.
영화 '터치' 제작현장(사진 가운데가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 필름

영화 '터치' 제작현장(사진 가운데가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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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감독은 “내가 추진했던 새로운 개봉 방식은 나조차도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대기업 구조의 독점 배급이란 기형적 형태의 책임은 영화 제작 관계자들에게도 있지만 관객들에게도 어느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다소 강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한국영화는 어느 순간부터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란 인식이 깔려 버렸다”면서 “이런 해답은 제작자들에게 관객이 준 것이다. 결국 지금의 한국영화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돼 버렸다. 영화는 문화의 한 장르가 아닌가. 이런 변화는 결국 자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 한국영화 중흥기라고 주장하는 일부의 시선을 반박했다.

민 감독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해답으로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촉구했다. 일정 부분 쿼터를 배정해 매입과 배급을 하면 상생의 구조가 분명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신작 소개 보다 왜곡된 배급 구조에 대한 장탄식이 이어졌다. 그 탄식은 신작 ‘터치’의 높은 완성도에 대한 일종의 반증이었다.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감독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데뷔작 '벌이 날다'로 데뷔한 그다. ‘터치’에 대한 평가는 앞서 설명 바와 같다.

'터치'는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전직 사격 국가대표 선수 동식(유준상)과 간병인 일을 하며 병원 몰래 돈을 받고 환자들을 요양원으로 보내는 아내 수원(김지영)의 얘기를 그린다. 알코올 중독 문제부터 아동 성폭력 문제, 자본에 휘둘리는 의료 시스템 문제 등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얘기가 빼곡이 들어 있다. 어려운 얘기를 꽤 흥미로운 구조로 풀어냈다. 99분이란 상업영화로선 꽤 짧은 시간 안에 넣어야 했기에 호흡도 빠르다.

민 감독은 ‘터치’에 대해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풀어보고 싶었다”면서 “소시민들이 지금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외감과 그것이 극대화 될 때 어떤 식으로 폭발해 버리는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급 문제의 직면해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볼 수 기회조차 얻지 못한 ‘터치’는 여기에 또 한 가지 악재가 더 겹쳐 버렸다. ‘19금 판정’이다. 그는 “이 영화가 야한가? 청소년들이 감당하지 못한 얘기를 담았다고 생각하나?”라며 반문했다.
영화 '터치' 제작현장(사진 오른쪽이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 필름

영화 '터치' 제작현장(사진 오른쪽이 민병훈 감독) 제공 = 민병훈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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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집까지 빼며 제작비를 마련했다.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스스로를 사람 재우는 데 재주가 있는 감독, 혹은 영화제용 감독이란 달갑지 않은 타이틀로 불린지 벌써 몇 년째 인가. 민 감독에게 영화는 무엇일까.

그는 “영화감독이 재미를 추구하는 상품을 찍어내는 사람인가? 절대 아니다. 영화감독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와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 낸 영상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낸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내 영화의 의무는 다 한 것이다. 나에게 영화는 그런 존재다”고 말한다.

영화 개봉 전 영화평론가 듀나가 민병훈 감독과 ‘터치’를 이렇게 말했다. “예상외로 재미있는 영화다. 하긴 민병훈 감독은 재미없는 영화를 만든 적은 없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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