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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부실한 시스템이 부실의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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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내년도 자치단체 예산 편성을 앞두고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러나 의정비 인상 논란을 넘어서서 부실한 지방의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커지고 있다. "부실한 지방의회 운영 시스템이 부실의회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의 김종석 의원은 의회 회의가 열릴 때면 의회 내 한 귀퉁이에 있는 의원 공용 사무실의 비좁은 책상 위에서 노트북으로 질의 자료를 작성한다. 도청 직원들이 오가는 부산한 분위기 속에서 좁은 탁자 위에다 자료를 잔뜩 늘어놓고 질의서를 작성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한다.
반면 서울 강남구의회는 의원 개인별로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이렇게 의회별로 '근무여건'이 들쭉날쭉한 데에서 지방의회 관련 시스템의 허술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지방의회 관련 지원 시스템이나 법규나 제도가 없다보니 의회 지원 체제가 지자체나 그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는 현실이다.

의정비 인상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전의 A 구의회는 최근 의정비를 지난해보다 5.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올렸는데, 문제는 인상 절차가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정비를 인상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해 찬성 49.6%, 반대 46%로 나오자 인상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요람인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지자체들의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지방 의회의 시스템은 이렇듯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부실한 지방 의회 시스템은 부실의회로 이어지고, 부실의회는 지자체 부실 운영의 큰 요인이 된다.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따라서 의정비 인상 논란을 넘어서서 지방의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법규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해마다 문제가 되는 의정비의 경우 전국의 지방의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적정 의정비 기준을 마련하고, 지역별 사정을 감안해 조정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행정연구원의 최호택 원장은 "의정비 인상을 무조건 찬성, 반대할 게 아니라 적정 의정비를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 감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즉 일을 열심히 하는 의원들에게는 그 만큼의 보상을 주고 활동을 게을리하거나 부실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를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일을 제대로 하는 의원들에게는 당근을 그렇지 못한 의원들에게는 채찍이 필요하다"면서 "지방의원들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조례안 발의, 출근율 등 다양한 항목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하는 의원들에게는 의정비를 보장해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는 의원 해외연수도 감정적인 논란을 넘어서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한 의원은 "해외연수를 의회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의회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 결정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무처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재 지자체 단체장이 의회 사무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회를 위해 일을 하는데 정작 소속은 행정부(자자체)에 있는 이율배반적 시스템이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충남의 B 의원은 "의회 사무처가 단체장 소속이다 보니 의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라며 "의회직 공무원을 따로 채용하고 의회 의장이 인사권을 갖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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