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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 사는 최고 비법은 '모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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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미래④-끝]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래의 1인가구
오스트리아의 서민아파트 '잘그파브릭(Sargfabrik)'. (출처 : www.sargfabrik.at )

오스트리아의 서민아파트 '잘그파브릭(Sargfabrik)'. (출처 : www.sargfabrik.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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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장인서 기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파이프 공장을 개조한 서민 아파트 '잘그파브릭(Sargfabrik)'이 있다. 1996년에 완성된 이 아파트는 공동 식당과 24시간 사우나, 옥상 정원, 도서관 등이 면적 45㎡의 다세대 주택 75개와 함께 한 건물안에 들어섰다. 다수의 1인가구를 포함한 이곳 입주민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함께 밥을 먹고 육아를 담당한다. 주민들은 세탁실, 목욕탕에서 어울리며 자연스레 가족 같은 정을 나눈다.

"이웃과 소통하라". 학계와 정책 설계 전문가들이 미래의 한국 1인가구에 제시한 첫 번째 과제다. 이들은 우리에게도 '잘그파브릭'처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를 뒷받침할 국가적 차원의 지원 대책과, 주거계획 수립도 요구했다. 또 의사와 재무 컨설턴트 등은 개개인이 절제된 생활과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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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가까운 미래 '이웃'은 '가족'이 된다=강미선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 개별적인 유닛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이웃과 단절돼 있다"며 "1인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조차 형식적인 공유 공간만 만들어놨을 뿐 접근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 개인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만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커뮤니티 활성화를 강조하는 일본 건축가 리켄 야마모토가 설계한 공동 주거단지를 예로 들었다. 설계안에 따르면 집마다 현관과 별도로 바깥문이 달린 방하나가 딸려 있다. 이 공간은 도서관, 다실 등으로 사용되며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한다.

강 교수는 독립적인 사생활을 보장하면서 공동 주거공간을 함께 영위하는 '코하우징'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1인가구가 서로를 보살피는 '돌봄 공유'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1인가구의 걱정거리 중 하나인 치안 문제도 오히려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집주위에 CCTV를 많이 설치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일상 동선 안에서 자연적인 '감시의 눈'들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걸을 때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이 같은 의견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미래에는 개인의 의사와 감정이 존중되는 자발적 주거 공동체로서의 가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핏줄과 전혀 얽히지 않은 이들이 모여서 가족처럼 살며 국가 복지체계의 보호를 받는 1인가구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최근 서울시가 진행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가 생겨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개개인의 시민들이 함께 주거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마을 형태, 즉 실제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 돕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아래 다양한 협동적 관계와 가구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장은 "개인이 커뮤니티를 신뢰할 수 있어야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1인가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단위의 네트워크 안전망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미리 실장은 1인가구 지원 정책 자체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거 지원 정책이 4인 가구 기준으로 만들어진다"며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짓고 있으나 아직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변 실장은 또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층 1인가구에 대한 지원"이라며 "빈곤층에 정책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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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 혼자 살면 편하다고? 2배 더 노력해야= 미래의 1인가구를 위한 유망 산업은 어떤게 있을까?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인 가구가 고령화와 맞물리다보니 복지결합형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배달해주는 안부결합형 도시락 서비스, 헬스케어 전자기기 등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고립될 수 있는 중고령 1인 가구원들이 서로 교류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공간이나 서비스도 필요하다"며 일본에 생긴 시니어 전용 게임방 등을 예로 들었다.

관련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1인가구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안신현 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1인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액은 50조원으로 전체 가구 소비지출액의 12%를 차지한다. 1인가구가 매월 쓰는 돈은 95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73만원을 상회한다.

소비 지출 부담이 큰 만큼 계획적인 개인 재무설계가 요구된다. 최성우 에이플러스에셋 재무상담 팀장은 "1인가구의 장점은 자녀 양육비와 결혼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단점은 갈수록 도움 받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팀장은 "독신 고객 중에는 40대까지는 돈 쓰는 것에 대한 감각이 없는 분이 더러 있다"며 "노후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로 아예 생각을 않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인이상 가구가 월소득의 10%를 노후 자금에 투자한다면 1인가구는 그 두배인 20%를 투자해야한다"며 "그것만해도 노후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그런 다음 의료 실비 보험이나 간병 보험, 암 등 5대 질병이 포함된 성인병 보험에 드는 걸 추천했다. 보험 또한 월급의 10% 정도를 투자하는 게 적당하다.

최성우 팀장은 1인가구는 집을 사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꾀할 수는 있지만 재산세 등 세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고령·비혼가구의 경우 공간적인 시야까지 넓혀야 한다. 은퇴한 사람이라면 땅값이 싼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면 외에도 혼자 살기 위해선 각별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채정호 가톨릭대 의과 교수는 "1인가구는 소속감, 안정감 등 가족이 줄 수 있는 것을 박탈 당해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불규칙한 생활로 리듬감이 깨져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게임·알코올 중독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자기절제가 가족이 있는 이들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결론도 '사람'을 향한다. 채 교수는 "대인관계를 맺는 노하우가 없어 사람과 더욱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소지가 있다"며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가능한 많이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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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1인가구의 미래①] "결혼 안하니?" 묻지 않는 시대 왔다>
☞ 관련기사 <[1인가구의 미래②] "혼자 밥먹는 것도 서러운데" … 싱글이 더 불리한 이유>
☞ 관련기사 <[1인가구의 미래③] "죽을 때까지 혼자?"…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
☞ 관련기사 <'실버타운'과 '쪽방촌'…두 할머니의 하루>



박충훈 기자 parkjovi@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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