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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잘 나가던 神의 직장, 내 발로 나왔다…지금은 더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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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잘 나가던 神의 직장, 내 발로 나왔다…지금은 더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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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 부장 그만두고 아웃도어 매장 차린 이동호 씨
-지방근무 자청 악착같이 돈 모아
-40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준비
-명당 자리 얻으려 집요한 설득
-돈보다 사람이 진짜 사업 밑천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사업을 하려면 늦어도 50대 초반에는 시작해야 됩니다. 더 늦으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요. 사표를 내고 전업으로 하고 나니 자유롭고 계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죠.”

그는 '잘 나갈때' 그만 두고 싶었다.
“전 은퇴에 있어서 저만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잘 나갈 때 그만두겠다. 최소한 부장 호칭은 들을 때 그만두겠다. 그게 바로 작년이었죠. 회사에서도 나름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은 편입니다. 상도 여러 차례 받았죠. 그만두고 나서 회사에 놀러갔을 때 후배들에게 멋있는 선배로 보이고 싶었어요. 쓸쓸한 퇴장이 아닌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요. 그래서 딱 50살 되던 해에 그만뒀습니다. 지금도 회식할 때 자주 가서 같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이동호(50·사진) 사장은 '제2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집요하고 계획적으로 준비를 해 왔다. 30대 중반 이후부터 사업을 위해 돈을 모았다.

“일부러 지방근무를 자원해서 갔어요. 사택도 지원해 주고 지방은 물가가 싸니까요. 집세도 안들고 돈 쓸일이 많이 없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았죠. 애들은 시장에서 500원짜리 바지를 사입혔다니까요. 시골에서 누가 그런 걸 보나요. 퇴직금 중간정산도 일부러 받았고요.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제2의 꿈이 있었던 겁니다.”
돈을 모으는 것과 동시에 잘 나가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본사에서 어느 쪽에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지, 주변상권은 어떤지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결과적으로 K2 용인점과 서수원점 두 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회사 다닐때부터 좀 그랬어요. 공기업에 다녀도 잘 모셔야 할 갑(甲)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명함을 받으면 꾸준히 이메일로 친분을 쌓았죠. 아들 얘기부터 시시콜콜한 고민까지 생각날 때마다 메일을 주고 받으면 상대방이 마음을 엽니다. 비즈니스 얘기는 거의 안했어요. 굳이 진탕 술을 먹을 필요도 없었죠. 다만 그쪽에서 자료를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일이 있을 때는 제가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반드시 늦게 퇴근을 하더라도 당일에 보내줬죠. 사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우연히 알게 된 본사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많이 얻었죠. 보기에 따라서는 술수나 계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제 성격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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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자리인 서수원점을 오픈하는 것도 그의 이런 끈기와 집요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연히 본사에 들렀다가 목이 좋은 서수원 나들목에 점포를 낸다는 소식을 들은 것.

“엄청 추운 날이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밖에서 담당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죠. 처음에는 '어림없다'고 하던 사람들이 제가 조목조목 설득하면서 회사도 그만두겠다고 하자 결국에는 두 손 두 발 들더라고요.”

그리고 한 달 만에 가게를 얻었다. 신속·정확한 것이 그의 성공적인 사업운영의 비결이다. 부동산은 딱 한곳만 거래를 한다. 좋은 자리다 싶으면 딜 없이 달라는 대로 주는 것이 사업하는 전략상 좋다고.

“자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바로 옆에 있는 아웃도어 매장이 전국에서 순위권이라는 얘기를 듣고 '여기다' 싶었죠. 우리는 브랜드도 좋겠다 '더 잘되겠다' 싶은 겁니다. 저는 부동산은 딱 한군데만 거래를 해요. 안 그러면 말이 많아지고 소문이 나니까. 권리금도 하나도 안 깎았습니다. 복비도 더 주고.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푼돈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자칫 미래에 더 많은 기대효과를 놓칠 수 있어요.”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돈이다. 하지만 그는 돈은 2차문제라고 말했다.

“사업을 크게 시작하면 좋죠.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지고요. 좋은 브랜드도 따 와야 하고 규모도 클수록 안전하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변사람들과 협력자들의 신뢰입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상대방이 나를 믿어야 합니다. 돈관계가 정확하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해야죠. 그러려면 내가 평소에 좀 손해를 보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것 부터요. 같이 택시를 타면 택시비는 내가 내고 이런 것들이요. 이렇게 신뢰를 쌓아두니 여기 저기서 동업하자는 사람들이 줄을 서지요. 내 자본만으로는 부족해도 같이 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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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할때 철저한 사전준비는 필수지만, 일단 마음을 먹으면 주저없는 행동력이 필요하다.

“늦어도 50대 초반에는 시작해야 됩니다. '내가 산에도 다니고 건강한데···' 이런 것과는 달라요. 정신적인 체력이 필요합니다. 대리점 하나를 운영하려고 해도 행정업무가 정말 많아요. 엑셀, 한글, 이메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안되면 이름만 사장이지 직원들에게 맡겨야 하고 주도권을 잡지를 못해요. 컴퓨터 공부도 필수죠.”

물론 사업을 하면서 직장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다. 지난여름 비수기 때는 '괜히 그만뒀나' 생각도 들었다.

“단체로 모여서 북적북적 하던 그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말도 참 잘 통했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잖아요. 회사가 저의 평생을 책임져 주는 곳은 아니니까요. 제 길을 또 걸어가야죠.”

그는 또다시 꿈을 꾸고 있다. '100살 시대' 그는 이제 딱 반을 걸어왔을 뿐이다.

“하나 정도는 더 해야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도 있지만 사업을 더 벌이고 싶어요. 어정쩡하게 사업을 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어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더 고급정보를 얻고 체력관리도 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죠.”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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