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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핫머니로 몸살 앓는 신흥시장 처방전은 없을까?

최종수정 2012.11.03 06:00 기사입력 201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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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의 후유증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뭉칫돈이 아시아 지역으로 직접투자나 자본투자 등의 형태로 들어오면서 아시아 각국 통화 가치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그 방증이다.

선진국이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거의 ‘0%’ 수준의 금리로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성장률과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에 돈을 쏟아부어 환차익과 투자수익을 챙기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돈을 가진 자의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당하는 자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통화가치가 지나치게 빠르게 급등할 경우 생기는 수출 가격경쟁력 상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애써 달러를 사들이더라도 밀물처럼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경제는 멍들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면서 아시아 지역에는 달러가 넘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3월과 2010년 11월 2차 양적완화를 통해 2조3000억 달러를 푼데 이어 지난 9월 중순 3차 양적완화를 통해 월 400억 달러의 돈을 풀고 있다. 또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떨으뜨리는 ‘금리 비틀기 조작’(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뿐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초에 무제한 국채매입을 선언했고 일본은 지난달 국채매입기금을 91조엔(미화 1조1400억 달러)으로 11조엔(138억 달러) 증액했다.

이처럼 막대하게 풀린 자금은 기준금리가 0% 수준이고 일반 대출금리가 낮은데다 국채위기와 금융위기로 경제성장이 부진한 미국과 유럽연합,일본을 탈출해 성장률이 높으면서도 금리가 높은 유망한 시장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라고 하나 7.25%이다.인도는 회계연도 1.4분기(2012년4~6월) 성장률이 낮다고 하지만 5.5%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지만 연 8%다.국채수익률도 8%를 넘는다.중국도 성장률이 2.4분기 7.6%에 이어 3.4분기 7.4%로 8%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다른 신흥국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넘치는 유동성은 신흥국 주식과 채권,부동산,상품을 닥치는대로 사면서 가치를 올려놓았다.

자원부국 브라질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으로 공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핫머니로 통화가치 헤알이 올라 수출기업들도 막대한 손해를 보는 등 이중으로 손실을 봤다.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양적완화가 단행되자 ‘화폐전쟁’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12%를 넘던 기준금리를 7.25%까지 급격하게 낮추고 달러당 2헤알로 통화가치를 고정해놓고 시장에 개입하는 등 극약처방을 해야 했다.그래도 헤알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JP모건은 약 16%,국제통화기금은 13~20%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원화 가치도 지난달 31일 현재 달러당 1090.70원으로 올들어 5.7% 상승했다.

아시아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홍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부동산이 치솟고 홍콩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어 정부는 세금인상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미화 1달러당 7.8홍콩달러로 고정시켜놓고 있지만 7.7홍콩달러대로 오르려는 압력이 매우강하다. 홍콩통화청(HKMA)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달 20일 이후 다섯 번 시장에 개입해 모두 400억 홍콩 달러를 풀어 달러를 흡수했다.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거래는 한산한 가운데서도 거용 부동산 가격만 올들어 14% 정도 올려놓았다. 홍콩 당국은 지난 10월26일 외국인과 투기꾼들을 겨냥해 취득세를 14% 부과하고 양도소득세율을 5%포인트 인상했으며 적용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항셍지수가 올들어 약 17% 올랐지만 항셍부동산지수는 25%나 뛰었다.

홍콩당국은 신규자금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개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놨다. 다른 나라 사정도 거의 비슷하다.

이같은 립서비스가 약발이 있을까? 수익만을 원하는 넘쳐나는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이 과연 꿈쩍이나 할까?. 답은 아니다에 가까울 것이다.수익을 못내면 최고경영자(CEO)의 목이 잘리는 미국 등에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사운용업체인 블랙록이 굴리는 자산이 약 3조6000억 달러, 노던 트러스트가 7040억 달러, 페더레이티드 투자운용이 3600억 달러,이튼밴스운용이 1980억 달러를 각각 굴린다.이보다 적은 규모운용사의 자금을 합치면 수익을 내도록 기다리는 자금은 적어도 몇 조는 될 것이다.

자산종류 불문,지역불문하고 수익을 내야 한는 이 자금의 ‘고집’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말처럼 간단하지 않고,외환거래세를 매기는 것도 처방전이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신흥국 시장이 아니라 선진국 시장에 있지 않을까? 즉 선진국 시장이 살아나서 자금이 그쪽으로 흐른다면 편중에 따른 부작용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기에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회복기에 들어갔다고,회복시점이 보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걸림돌이다. 단념하고 선진국 봉노릇을 해야할까?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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