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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MB의 꿈은 이루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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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월요일 밤, 발씻고 TV를 켜니 의사의 난(亂)이 한창이다. 11번에선 어의가 된 조선시대 청년이(MBC '마의') 6번에선 고려시대로 간 현대의 의사가(SBS '신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뒤엔 예능마저 '유사의료행위'(SBS '힐링캠프')에 가담했다. 계급장 떼고 환부를 열어보이며 유명인들이 속삭인다. '토닥토닥, 나도 시시해. 괜찮아'라면서.
문득 브라운관을 점령한 의사의 물결이 그저 우연일까 의심해본다. 아무 연결 고리가 없어보이는 저 프로그램들은 왜 동시에 의사를, 힐링(healing·치유)을 말하고 있나. 이건 혹시 2012년 대한민국의 통증을 고발하는 세련된 아우성은 아닌가.

힐링캠프가 끝난 다음 직업병을 못 이기고 컴퓨터를 열었다. 포털에 쏟아진 뉴스 속엔 어김없이 지난 주말 쾌거를 다룬 소식이 박혀있다.

'우리나라가 인천 송도에 UN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개국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며, 호각세였던 유럽을 따돌린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뒷심이 있었다'는 얘기들. 또 '매년 4000억원에 가까운 경제효과가 날 것이고, 벌써부터 송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는 소식도.
맞다. 이건 참 큰 경사다. 국민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이 대통령과 정부에 그렇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4대강 공사·국제기구 유치·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정부의 핵심 임무로 내걸었다. 기획재정부 같은 관계부처가 티나지 않게 벌인 물밑 협상 과정은 책으로 몇 권이다. 747이 아프지만, 이 대통령은 적어도 스스로 목표했던 재임 중 미션을 완벽하게 끝낸 셈이 됐다. 정부는 한껏 고무돼있다.

그런데, 모든 미션을 완수한 이 정부에서 국민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려 놨는데도, 금융위기 와중 '교과서적인 회복'을 했다는 칭찬을 받았는데도.

저물어가는 이명박 정부의 공과를 떠올리며 해보는 생각. 국민들은 숫자로 보여주는 실적보다 상처를 보듬는 말 한마디를 5년 내내 그토록 원했던 게 아닐까.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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