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중대형 "어? 찾는 사람이 슬슬 늘었네"
매매와 분양은 물론 경매시장에서도 경기 회복 '시그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저점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세 보다 싸게 나오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어서다. 미분양 주택 단지는 아연 화색이 돌고 있다. 분양시장 역시 수만명씩 견본주택 방문객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과연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인지 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시각은 어떤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①주택이 살아난다.. 전세가율 9년새 최고 "수요 늘자 집값 들썩"
분양시장도 세감면 후 계약 2배 증가.. 경매 경쟁률은 13대1까지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미주 기자, 이민찬 기자]전세시장 상승세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세제 감면 정책까지 더해지자 "싼 물건은 잡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섣부르게 보기는 어렵다. 취득ㆍ양도세 감면조치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감면조치 이후 다시 냉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회복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향후 시장이 하방 경직성을 띨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차가운 재고주택= 매매시장에서는 거래가 늘거나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등 객관적인 지표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이 저점이다"는 심리가 확산돼 매매를 고민하는 투자자와 세입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매매시장을 자극한 가장 큰 요인은 전셋값 상승이다. 지난달 전국 전세가율은 62.1%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했다. 서울 역시 53.3%로 2009년 1월 저점(38.2%)을 기록한 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내 집 마련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전용 41㎡는 지난 7월 1억55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2개월 새 문의가 이어지며 10월에는 1200만원가량 오른 1억67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전농SK(84㎡)도 비슷한 경우다. 1800여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매매문의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려 9월 3억3000만원에서 10월 3억6000만원대로 거래가격이 올랐다.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선경1차(1~7동) 94㎡는 9월말 9억원에서 10월 9억6000만원으로 한달도 채 되지 않아 6000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9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물건이 1년새 3억원이 빠진 것으로 9억원이 마지노선이라고 판단한 매도자들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문제는 확산되는 바닥론에 비해 실거래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중계동 L공인중개 관계자는 "팔려는 사람, 사려는 사람 모두 아파트값이 바닥이라 생각하면서 눈치보기가 치열하다"며 "오르는 (전세)보증금에 매매를 고민하는 세입자의 문의는 늘지만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호가를 올려 거래가 엇갈리기도 한다"고 거래가 침체된 원인을 설명했다.
지난 12일 개관한 '강릉 더샵' 견본주택에 주말 사흘동안 1만8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분양시장은 취득세 감면조치 시행 이후 더욱 뜨거운 관심 속에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본보기 아이콘◆달아오르는 미분양주택= 수도권 미분양단지는 재고주택과 달리 활기를 띠고 있다. 견본주택 방문객이 늘고 계약 건수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시장에서 외면받던 중대형 아파트들도 양도세 감면 대상을 중심으로 속속 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하는 서울 마포 주상복합아파트 '마포펜트라우스'의 경우 전용면적 115㎡(45평형) 아파트는 아슬아슬하게 9억원 이하가 되면서 세금감면 수혜자가 됐다.
LH 관계자는 "45평형은 당초 분양가가 11억2441만원이었는데 현재는 16.1% 할인이 적용돼 부가세를 제외하면 8억원대로 양도세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세금 감면으로 구매를 머뭇거렸던 사람들의 마음이 기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도세감면이 적용되는 45평형은 추가계약이 2건 이뤄졌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동안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각했던 경기도 용인과 김포시도 활기가 돌고 있다. 한화건설이 경기도 용인시에 분양 중인 '죽전 보정역 한화꿈에그린(꿈에그린 용인신촌마을)'은 정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101~180㎡인 중대형으로 구성돼 중소형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취득세와 양도세 세금 감면 조치 이후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거래가 하루 평균 1건이었는데 이후에는 3~4건으로 확연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뜨거워진 경매시장= 경매시장은 더욱 뜨겁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중앙지법 북관 211호 경매장은 입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 입찰이 시작되자 경매장 안은 약 200명의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경매 입찰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서울 부동산 경매에 참여한 입찰자 수는 지난 6월 1571명, 7월 1728명, 8월 1929명, 9월 2045명에 이어 10월 둘째 주까지만 919명이 입찰에 나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매 입찰자들이 늘면서 입찰경쟁률은 지난 8월 3.36대 1, 9월 3.89대 1, 10월 현재 4.6대 1을 기록하고 있다. 8월과 9월 각각 70.13%, 70.63%를 기록했던 낙찰가율도 10월 들어 76.13%로 상승했다. 기존에 유찰을 거듭했던 물량들 때문에 낙찰가율 80%대 회복은 당분간 힘들겠지만 상승세는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경매 입찰에 참가한 김모(55세)씨는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13대 1의 경쟁률에 최저가(3억6395만원) 보다 1억원 이상 높은 4억7388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이 불투명한데다 낡은 단독주택이어서 최저가 보다 조금 높은 금액을 써낸 김씨는 경매 열기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발길을 돌렸다.
박미주 기자 beyond@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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