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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통·리더십 구멍 뚫린 ‘맏형’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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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맏형은 동생들에 비해 집안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친척들도부터도 그 지위를 인정받는다. 한국적 문화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장남에 대한 기대감은 있기 마련이다. 가문과 가족을 이끌어간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관련 기관을 이끌어가는 맏형이다. 김석동 금융위 위원장도 세종로 청사 이전 축사에서 리더십과 소통을 강조하며 맏형으로써의 책임감을 부각시켰다. 그런데 이사 첫날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오전 10시 금감원은 ‘신용카드 리볼빙 결제 제도 개선 방안’ 및 ‘대출모집인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과 관련한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간 금융위로부터 새 청사 현판식을 갖는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뒤 금감원은 브리핑 시간을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추석 연휴 때 사무실을 이전 하느라 확인을 못했다고는 하지만 금융위는 기본적인 일정 조율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사 일정을 잡아버린 것이다. 집들이 행사 때문에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발표는 4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다음날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위는 청사 이전 첫 브리핑으로 5일 오후 3시 ‘단기 이상급등ㆍ과열종목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 브리핑을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 한국거래소를 통해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출돼 김 빠진 발표가 돼 버렸다. 가뜩이나 정치인 테마주 때문에 몸살을 앓던 주식시장이 갑작스런 발표에 요동을 친 것은 물론이었다.

심각한 사태가 두 건이나 발생했지만 금융위는 “형이 하는 일을 동생들이 망쳐놨다”는 식의 볼멘 소리만 되풀이했다. “얼마나 대화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는 외부의 걱정스런 시각과 비판에는 “밑에서 알어서 챙겼어야지”라는 권위로 대응하는 모양새였다.
여의도와 세종로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금융위와 관련 기관간의 괴리감은 거리 단위로 잴 수 없을 만큼 벌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기관간의 엇박자가 늘어날수록, 맏형인 금융위가 책임을 회피 또는 외면할수록 소비자들이 떠 안아야할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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