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중견건설사들의 연이은 법정관리에 하도급 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대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데다 법원의 채무탕감 절차로 공사비까지 날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하도급업체 직원들의 노임만이라도 직불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피해를 보는 하도급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우리한테 보증을 받아간 업체만 이 정도인데 협력업체, 자재·장비 납품업체까지 더하면 더 많은 업체들이 극동건설과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도급업체들이 신용등급을 고려해 피해액수를 모두 공개하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피해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추석 바로 직전에 터진 극동건설 법정관리행 여파를 맞은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밀린 공사대금이 약 10억원인데 돈줄까지 막혀 직원들 월급을 어떻게 줄지 답답하다"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건설공제조합에라도 비용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하도급 업체들은 이미 집행한 공사비마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탕감된다"며 "작년 동양건설이나 LIG건설의 경우도 법원에서 50% 채무를 탕감하거나 출자전환했는데 주식도 받아봐야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라 결국 변제되는 건 20~30%뿐이고 이 역시도 10~15년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2006년부터 시행된 통합도산법(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법으로 인해 하도급업체가 전혀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도산법 179조는 우선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 등을 규정하는데 법정관리에 들어간 근로자 임금, 국세 등을 지목해놓고 있다. 하도급업체의 임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하도급대금이 통합도산법 청구권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는 이미 법무부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상태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법정관리사의 인건비는 법적으로 보호받으면서 왜 사회적 약자인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노임비는 우선변제되지 않느냐"면서 "현장에서 일한 비용이나 이미 시공해 확정된 금액이라도 우선변제해야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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