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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K리그 일정의 달인'에 물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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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K리그 일정의 달인'에 물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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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수원과 서울은 왜 또 개천절에 만날까? 팀이 16개나 되는 리그에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내년에도 스플릿 시스템이 유지될까? 뚜렷한 목표가 없는 9위 팀의 동기부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들은 어떻게 배려하나? K리그 팬이라면 한번쯤 의문을 품고, 궁금했을 내용들이다.

신명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장은 K리그 29년 역사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온 인물이다. 특히 리그 일정에 대해선 독보적 존재. 입사 첫 해를 제외하면 16년 동안 홀로 K리그 일정을 짜왔다. 개그콘서트를 떠올릴 것도 없이 말 그대로 '달인'이다. 이젠 수많은 변인 요소에도 어느 팀 하나 불만 없는 리그 일정을 척척 내놓는다. 학창 시절 수학, 특히 경우의 수에 골머리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조금 더 우러러볼 만하다.
얼굴 공개는 한사코 거절한 터라 증명할 길은 없지만 '훈남'이란 정도만 밝혀둔다. 그 대신 K리그 일정에 대한 호기심을 명쾌하게 풀어줄 많은 이야기를 내놓았다. 더불어 2015년 K리그의 비전까지. 조금 길지만 K리그의 숨겨진 1인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연맹에 대한 축구팬들의 비판에도 귀를 열 준비가 되어 있단다. 댓글은 이럴 때 달아줘야 당사자도 본다.

이쯤돼야 달인 소리 듣는 법

K리그 17년 터줏대감이다. 본인소개를 해준다면
1996년 2월 대학 졸업 이틀 전이자 IMF가 터지기 직전(웃음) 프로축구연맹에 입사했다. 그동안 홍보·마케팅, 총무팀 빼고는 거의 모든 업무를 다 해봤다. 가장 오래한 건 역시 경기 운영팀이다. 햇수로 15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경기 일정 생성은 입사 초기부터 맡아왔다. 일정 부분에선 나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해외리그 조사도 많이 했다. 다양한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깊이 있는 대답,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방금도 얘기했지만 오랜 시간 K리그 시즌 일정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처음 입사했을 땐 이미 짜인 일정으로 시즌이 시작됐었고, 이듬해부터 내가 직접 일정을 생성했다. 지난 K리그 16시즌 일정은 모두 내 손에서 태어났다. 처음엔 다 수작업이었다. 보통 일정하나를 만드는 데 5일이 걸렸다. 시즌을 앞두고 매번 12~15개 정도의 일정을 만들어야 하니 꼬박 두 달 정도씩 걸린 셈이다.

일정을 그렇게 많이 만드나? 정해진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고?
매년 10월쯤 다음 시즌 방식이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여러 개를 만들어 그 중 가장 흥행요소나 공정함이 높은 일정을 사용한다.

그렇게 많은 일정을 만드는 줄은 몰랐다
워낙 다양한 제약조건이 많아서 그렇다. 일단 리그방식. 그 시즌이 단일리그인지, 플레이오프가 있는지, 올해처럼 스플릿인지를 따져야 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도 무시 못한다. 여기에 한 팀이 경기 간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거나, 특정 권역에 경기가 너무 집중되지 않아야 한다. 한 라운드에 빅매치가 몰려도 곤란하다. 홈경기의 경우엔 각 팀당 주중-주말 분포에도 신경 쓴다. 경기 시각도 마찬가지여서 토요일은 오후 5시나 7시 경기가 많지만, 일요일엔 관중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3시 경기를 많이 배치한다. TV 중계를 위해 요일과 시간을 분산하고, 야구 등 타 종목 시간과 겹치지 않는 것도 고려한다. 또 현재의 일정생성 프로그램이 생기기 전에는 일일이 일정 슬롯을 만들고 거기에 각 팀을 제비뽑기로 배정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균형이 무너져서 재조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프다. 이렇게 많은 조건이 주어지는 걸 어떻게 16년 동안 혼자 짰다는 건가. 다른 나라 리그 중에서 한 명이 일정을 짜는 경우 본 적 있나
내가 알기론 없다. 그냥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특수한 경우 아니겠나. 어쩌면 달인이 된 거다. (웃음) 그래서인지 딱히 힘들진 않았다. 다만 이 일정이 과연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좋은지를 평가받기가 어려웠다. 직접 짜본 사람이 아닌 이상 아무래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분석해주기가 불가능하니까. 때론 어떤 조건 하나를 투입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았던 것도 좀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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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일정에 숨은 비밀

조금 전 얘기가 나왔는데, 2009년부터 기존 수작업에서 탈피해 일정 생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산으로 일정을 짠다고 들었다
2008년부터 관심을 갖고 해외 리그 사례를 조사했다. 사실 일정 생성 프로그램은 야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종목 특성상 워낙 경기 수가 많으니까. 그 효용성이 인정받으면서 축구를 비롯한 다른 스포츠에도 도입이 됐었다.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본건 독일 분데스리가였다. 일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짜면서 관중 수가 늘어났다더라. 이에 대한 논문과 각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고, 분데스리가 프로그램에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만든 게 현재 K리그 일정 생성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 세계 프로축구 일정 생성 프로그램 중에선 가장 최신인 걸로 알고 있다.

듣기론 공항 활주로 프로그램 등도 활용됐다고 하던데
정확히 말하면 주기장 프로그램이다. 주차장을 떠올리면 쉽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면 정비도 하고 주유도 해야 하지 않다. 다음 비행기가 내리도록 빨리 비켜야 하고. 그 동선을 짜는 거다. KTX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어찌 보면 열차는 비행기보다도 더 까다롭다. 레일은 한정되어 있고 그에 맞는 최적화된 동선을 제공해야 하니까. 그 외 인력 스케쥴링 시스템 등 여러 국내외 프로그램을 참고해 지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일정 자체의 효율성도 높아졌겠지만, 전산으로 일정을 생성하니 시간이 많이 단축됐겠다
예전엔 5일씩 걸리던 일이 이젠 30분 만에 뚝딱 나온다. 그렇다 보니 예전엔 15개 정도 일정만 만들었는데, 이젠 40~50개 정도를 뽑아둔다. 샘플이 많아져 좋아졌지만, 그만큼 90%, 95% 이상 만족도의 일정도 찾아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떤 일정이 가장 좋은지 알아내는 게 경험이고 기술이다. 최종적으로 두세 가지를 뽑아 브리핑을 하고, 각 장단점을 고려해 시즌 최종 일정이 결정된다.

앞에서 말했던 여러 제약조건 중 가장 우선시되는 건 어떤 게 있을까
가장 고민스러운 건 역시 A매치 일정이고 그 다음은 AFC 챔피언스리그다. 참가팀들의 온전한 기량이 발휘되도록 장거리 원정 등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해준다. 그 외에도 A매치 평가전 일정, 혹서기·혹한기·장마 등의 기후, 중계방송이 잘 되는 시기 등을 고려한다. 시즌 어느 시점에 어떤 경기를 배치하는 것이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홈경기 4회, 원정경기 3회 이상이 연달아 이어져도 안 된다. 다만 예외는 있다. 전국체전이나 지역 행사 등으로 경기장을 당분간 비워줘야 할 때다 그렇다. 최근 포항이 원정 4연전을 치른 것도 시측 행사로 인한 구단 측의 요청에 따라 조정된 결과다. 아, 그리고 태풍이 원래 9월엔 잘 안 올라오는데 올해는 두 번이나 와서 많이 당황했었다. (웃음)

하긴 K리그 클럽들이 최근 몇 년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J리그 관계자 등이 K리그의 일정 협력을 꼽은 걸로 기억한다. 또 K리그 팀들도 올 시즌 일정에 대해서는 연맹 측에 큰 불만이 없다고 하던데
당연히 그럴 거다. 기본적으로 일정에 대한 각 팀의 요구 사항을 다 받아줬다. 사실 외국 리그는 이렇게까지 배려 안 한다. 이런 차이가 있다. 대부분 리그는 중앙 집중형이다. 하나의 룰과 기준을 만들어 이에 각 팀이 맞춰가도록 한다. 우리는 달랐다. 각 팀 요구는 물론 지역색과 특수성을 배려하려고 했다. 자연스레 K리그 클럽들에게도 만족스런 일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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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시스템에 대한 모든 것

올해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처음 시도되는 제도라 더욱 일정 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스플릿은 사실상 한 시즌에 리그가 두 번 열린다고 보는 게 맞다. 정규리그를 치른 뒤 또 하나의 스플릿 리그가 있는 셈이니. 전반기 순위가 나온 다음 후반기 스플릿 일정을 짜면 편했을 거다. 그런데 이번엔 3월 개막 당시 이미 스플릿 일정을 확정해야 했다. 강등이 걸린 문제라 공정해야 했으니까. 전반기 순위에 따라 짜놓은 일정에 바로바로 꽂히는 형태였다. 고백컨대 스플릿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후반기 일정은 전반기만큼 지역별 특수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럼 개천절에 수원-서울 '슈퍼매치'가 잡힌 것도 우연이란 건가? 다분히 의도적인 줄 알았는데
조금 팁을 주자면 그런 것까지도 예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략 이 시점엔 어느 팀들이 몇 위쯤 하고 있을지 말이다. (웃음) 이번 슈퍼매치도 그런 예측의 결과다.

역시 달인은 달인인가 보다. 다시 스플릿 얘기로 돌아와 보자. 사실 올 시즌 개막 전 스플릿 시스템 도입을 두고 말이 참 많았다. 지난해 직접 해외를 돌며 이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으로 아는데, 이 제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16팀으로 스플릿을 한다는 게 어떤 면에서 아이러니하긴 했다. 나조차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으니까. 스코틀랜드가 가장 대표적인 스플릿 리그다. 2000-2001시즌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년째니, 그만큼 경험 축적을 통해 노하우나 개선점을 알고 있다. 그들의 얘기는 이랬다. 팀이 12개다 보니 경기 수 확보가 어려웠다. 2라운드나 3라운드는 너무 적고, 4라운드는 너무 많고. 그에 대한 최적 대안으로 내놓은 게 스플릿이었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16개 팀 정도만 되도 스플릿 고집 안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K리그는 16개 팀 아닌가
물론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K리그엔 스플릿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또 스플릿 리그는 단일리그에 비해 정통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올 시즌 K리그에 스플릿을 도입하는 게 맞는 이유는 내년에 2부 리그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강등이 없었다면 그룹B(9~16위)는 경쟁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이지. 반면 강등이란 요소 때문에 그룹B에서도 어떤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거였다. 스코틀랜드가 말하는 스플릿의 장점도 임팩트(impact), 재미(interesting), 그리고 스토리(story)였다.

승리만한 동기부여가 어디있나

여기서 잠깐 태클을 걸어보자. 그렇다곤 해도 그룹B 상위권 팀들에 대해선 동기부여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온다. 아무리 잘해도 9등이고, 그에 대한 보상도 전혀 없으니까
그 부분도 고민 안 한 건 아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더라. 지난 시즌까지 11년 동안 8차례나 그룹B 상위팀이 그룹A 최하위 팀보다 최종 승점이 높았다. 물론 그렇다고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어떤 때는 그룹B 2위 팀, 즉 8위 팀이 6위 팀보다 승점이 높았다. 바꿔 말하면 스플릿 리그에서 6위 팀은 거의 다 졌고, 7?위 팀은 대부분 이겼다는 얘기다. 막상 스플릿에 들어가면 팬이나 선수에게 그룹A나 B는 중요하지 않다. 이기는 경기를 원할 뿐이다. 승리 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자 동기부여다. 한 책에서 본 내용인데, 유럽에서 축구팬들이 경기를 보며 제일 기쁠 때는 우리 팀이 골을 넣었을 때와 상대 선수가 퇴장당할 때라더라. 궁극적으로 팀 승리를 갈구하는 거다. 지는 경기는 매력이 없다. 지금 8위 경남과 9위 인천을 예로 들어보자. 이 순위가 시즌 종료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팀 팬들이 더 즐거울까? 결과적으론 둘 다 생존이지만, 승리는 인천이 더 많을 거다. 그런 점에서 길게 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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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그것만으론 그룹B 상위팀들의 동기부여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는 것 같은데
물론 개선할 점은 있다. 스코틀랜드는 스플릿 라운드가 5경기밖에 안된다. 그만큼 임팩트가 있다. 반면 현재 K리그는 14경기나 돼서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강등이란 점 때문에 형평성에 좀 더 비중을 둔 결과다. K리그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내년에도 스플릿 시스템이 채택될 가능성이 큰데, 1부리그 팀이 14개로 줄어드니 그 점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팀이 홀수가 돼서 매주 한 팀씩은 경기를 쉰다는 점이 고민이긴 하다.

또 다른 대안도 생각하는 게 있나
개인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강등 방식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아르헨티나 리그는 유럽과 아시아 환경과는 좀 다르다. 소위 '리딩 클럽'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서, 그 팀들의 2부 강등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해당 시즌 성적이 아닌 지난 세 시즌 누적 평점을 통해 강등 팀을 결정한다. 일종의 완충장치다. 그렇게 되면 그룹B 상위권팀들도 매 시즌 승리가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철저히 사견이고,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스플릿 시스템에 대해 본인과 연맹 측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그에 대한 답변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아직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기본적으로 평가는 제도가 최소 3년 정도 지나 객관적 자료가 나온 뒤에야 가능한 부분이니까. 다만 현재로선 전반기 막판 8강 경쟁에 따른 관심 증대 등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걸로 안다.

이제 2부리그도 생기고, 최종적으로 1부리그 팀 수도 12개로 조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 가장 적합한 팀 수는 몇 개라고 생각하는가?
사견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완벽한 사견이다. 시장상황만 놓고 봤을 땐 10개다. 하지만 그건 안 된다. 12개는 돼야 AFC 내에서 프로리그로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론 12개가 적합하다고 본다.

12개가 된 다음에도 스플릿 시스템이 유지가 될까? 유럽 빅리그 같은 단일리그가 아니란 점에 대해 불만인 팬들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어떤 일정이 가장 K리그에 맞다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건 관중이 좋아하는 일정이 최고라는 점이지만, 내 생각에 단일리그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의 리그 방식은 3년 뒤에나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시즌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플레이오프 제도 역시 5년 시행한 뒤에 데이터가 나오고, 재평가한 결과 스플릿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았나. 또 그 시기엔 그게 가장 좋은 대안이었다. 팀 수가 늘어나고, 환경적으로 2부리그가 정착이 되면 K리그도 굳이 스플릿 시스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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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리그의 새 지평이 열린다

K리그에 20년 가까이 몸담은 사람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2015년이 되면 K리그가 프로야구에 견줄 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라 본다. 첫 번째 근거는 풀뿌리다. 축구는 유소년 시스템이 활성화되어있다. 국내 어떤 스포츠도 이만큼 기반이 넓지 못하다. 시간이 갈수록 좋은 재목이 많이 배출될 거다. 두 번째, 구조적으로 야구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하다. 축구가 이를 따라가면 후발주자밖에 안된다. 2015년이 되면 1부 12팀, 2부 12팀의 승강구조가 완성될 거다. 야구는 절대 승강제가 나올 수 없다. 그때부터 축구다운, 축구만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듣기만 해도 흥분되는 얘기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승강제 구조하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3단계 구분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얘기하는 명분이자 구분법이다. 모든 리그에선 글로벌(Global) 클럽, 로컬(Local) 클럽, 커뮤니티(Community) 클럽이 구분돼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 잉글랜드 빅클럽들은 어느 나라에 가도 살아남는다. 이미 EPL의 통제를 떠난 세계적인 팀들이다. 다만 그들이 있어 EPL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K리그에도 그런 팀이 3~4개 정도 나와야 한다. 가장 중점이 돼야 할 건 로컬 클럽이다. 전국에서 통하는 클럽이다. 이런 팀들이 스플릿의 경우 중위권 레벨을 형성하고, 리그를 지탱해야 한다. 그들의 수준이 곧 리그의 진짜 수준이다. 따라서 로컬 클럽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건 커뮤니티 클럽과도 연결된다. 커뮤니티 클럽은 1,2부를 오가는 팀들인데, 1부에선 최하위권이지만 2부에선 최강팀이다. 이들이 로컬클럽을 보며 성장하면서 1,2부 전체가 상향평준화된다. 한 마디로 리그의 얼굴은 빅클럽이지만, 가장 핵심을 둬야 할 부분은 로컬 클럽이다. 프로 1,2부가 자리 잡았을 땐 이런 점에 기초해 각 팀들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청사진이다.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도 되는데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2015년에 1,2부가 자리 잡는 데까지 어려움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만 완성된다면 내부 여건은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현재 K리그의 상황에선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분명 2015년에는 비전이 있다. 실무자로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곤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본다. 사실 K리그 팬들, 연맹에 여러모로 불만이 많다. 연맹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가끔은 억울하거나 힘들 때도 있지 않나?
전혀 아니다. 나도 퇴근하면 그저 한 사람의 축구팬이고, K리그에 대해서 비판도 한다. 뭔가 바뀌어야 할 게 있을 땐 나도 상부에 강하게 요청한다. 또 내가 한 일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 내 스스로 팬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가능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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