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막작과 폐막작은 모두 한국 영화가 아닌 '아시아 영화'다. 개막작은 렁록만·써니 럭 감독의 홍콩 범죄영화 '콜드 워'. 두기봉 감독의 '복수', 구예도 감독의 '엽문 3' 등에서 미술감독을 맡았던 렁록만과 '다크나이트' 등의 조감독을 지낸 써니 럭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은 "홍콩의 장르 영화를 새롭게 양식화한 영화"라며 "새로운 아시아의 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개막작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폐막작 역시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골랐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텔레비전'이다. 이미지를 금기시하는 극단적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있는 마을에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풍자영화로 "뉴 방글라데시 시네마의 등장을 알리는 영화"라는 평이다. 한편 개막식의 사회는 배우 안성기와 탕웨이가 맡는다. 폐막식은 배우 이제훈과 감독 방은진이 사회자로 나설 예정이다. 특히 탕웨이는 해외 배우 중에서는 최초로 BIFF 개막식 사회를 맡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BIFF의 고유성이 되는 것은 역시 아시아영화다. '아시아 영화의 창' 프로그램은 지금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아시아 영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11개국 49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후쿠시마 대지진의 상처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 영화들이다. '문제적 감독' 소노 시온은 '희망의 나라'를 내놨고, 우치다 노부테루는 '온화한 일상'을 갖고 왔다. 이란의 바히드 바킬리파, 태국의 분송 낙푸 등 부상하고 있는 젊은 감독들의 영화도 접할 수 있다.
아시아 밖의 영화를 만나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는 45개국 75편이 상영된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게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 타비아니 형제의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이미 국내에서 기다리는 팬이 많은 영화다 .켄 로치, 올리비에 아사야스, 크리스티안 문쥬의 신작도 부산을 찾는다.
올해 BIFF는 예전보다 하루 더 늘어났다. 4일 목요일부터 13일 토요일로 기간이 늘어나 '축제'를 찾는 관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BIFF측은 올해 반응을 고려해 내년에는 영화제 기간을 또 하루 더 늘리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영화의 전당이 시설 부실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문제를 보완하고 본격적인 '영화의 전당 시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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