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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간 에어컨 달고 살았더니.. 결국 '냉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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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지난 몇 주간 에어컨 신세를 제대로 진 후유증이 주변에 하나둘 보인다. 여름감기에 걸렸다는 사람, 음식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배가 아프고 설사까지 한다는 사람, 체한 것처럼 속이 안 좋다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런 증상이 꼭 한 가지 원인 때문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많은 경우 장기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생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다.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생기는 법. 냉방병, 어떻게 대처하고 피해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인위적 기온변화가 가져오는 신체질서의 교란
꼭 병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해도, 냉방이 되는 실내에 오래 머물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가벼운 감기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흔하다. 이런 신체적 불편함을 폭넓은 의미로 '냉방병'이라고 지칭하는데, 몸의 기본 기능을 생각해보면 냉방병은 질병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신체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은 36.5도 체온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땀을 흘리는 기능 등을 통해 체온을 내릴 방법을 찾는다. 이를 '항상성 유지'라고 한다. 항상성은 4계절 변화와도 관련 있다. 인류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온도변화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는데, 여름이 오면 땀을 흘려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회로 삼는 식이다.

그러나 에어컨을 이용한 인위적인 온도변화는 우리 신체가 자연적인 항상성 유지 활동을 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신체는 여러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손발이 저리고 아프다는 사람이 있고 나른하고 피곤한 느낌, 어깨와 허리가 결린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들은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세까지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냉방병, 이런 사람이 잘 걸린다

급격한 온도변화는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런 스트레스가 병, 즉 증상으로 이어지느냐 여부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저항력의 문제인데 저항력은 사람의 몸 상태, 나이, 지방량, 영양상태, 입은 옷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를 가져온다. 특히 비만하거나 심장관계 질병이 있는 사람, 평소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 등은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냉방병은 시간이 좀 지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대부분 나아지지만, 에어컨 냉각수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세균성 냉방병은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특히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다. 에어컨을 자주 이용한 사람이 열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가래와 기침까지 호소한다면 단순한 감기로 여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도록 한다.

◆냉방으로 습도 낮아지면 호흡기 질환 잘 걸려

냉방병을 피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좀 '덜 시원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냉방시간을 줄이고 에어컨은 1시간 간격으로 켰다 껐다를 반복하도록 한다. 직장이나 차안 등 온도를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3-4시간에 한 번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습도를 조절하도록 한다.

우리 몸이 조절할 수 있는 온도변화는 보통 5도 내외이므로, 외부 온도와 실내 온도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더워도 8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금물이다.

열대야 때문에 밤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놓으면 호흡기 계통이 건조해져 여름감기에 걸리기 쉽다. 에어컨을 1시간 이상 틀어놓으면 실내 습도가 30-40% 수준이 되므로 호흡기 점막이 말라 저항력이 떨어진다.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 외부 공기를 공급하거나 젖은 수건으로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시간 실내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긴소매 옷이나 스웨터, 담요 등을 준비해두자. 따뜻한 차 종류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취침 시에는 배 부위를 반드시 이불로 덮어주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증상 완화에 칡차나 생각차를 추천한다. 약간의 꿀을 넣어 마시면 냉방병을 예방하거나 가벼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한방에선 어떻게 치료하나

냉방병은 공식 의학용어가 아닐 정도로, 양의학에선 그리 중시하는 질병 분야가 아니다. 반면 한의학은 비교적 자세한 건강관리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이열치열' 정도가 된다.

동의보감에도 ' 여름철 중요한 양생법으로 적당한 땀을 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땀구멍을 통해 열기를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냉방병은 한의학에서 서병(暑病)이라 부르며, 하지 후 더위 때문에 발생되는 질환을 통칭한다. 더위 때문에 생긴 병은 양서(陽暑),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람을 쐬거나 찬 것을 많이 먹어 나타나는 증상은 음서(陰暑)라 한다. 냉방병은 한의학에서 음서(陰暑)의 병증과 가장 유사하다.

치료는 음서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 여름감기와 같이 콧물이 흐르는 호흡기 위주의 증상에는 향부자, 향유, 소엽, 진피 등으로 구성된 이향산(二香散) 처방을 활용한다. 또 수족냉증이나 몸이나 머리가 쑤시고 아프며 복통, 설사와 같은 위장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마황, 천궁, 백작약 등으로 구성된 오적산(五積散)이나 곽향, 소엽, 진피, 백복령 등으로 구성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등을 가감해 사용한다.

평소 비위계통이 허약한 사람이나 전신적으로 무력감이 잘 오는 사람은 인삼, 맥문동, 오미자로 구성되는 생맥산(生脈散)을 복용해 지치기 쉬운 여름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또 생강차의 매운 맛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전반적 몸 상태를 좋게 해준다.

자료 및 도움 : 선우성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이형철 자생한방병원 원장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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