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老!' 기업들의 변신 3策
늙어가는 사회, 베이브부머 베테랑의 줄퇴직에 회사가 휘청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8년 전 BMW는 불편한 사실을 깨달았다. 독일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로 작업장에도 노령의 근로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회사는 초조해졌다. 근로자의 고령화는 작업 능률을 떨어뜨려 BMW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고심을 거듭하다 회사는 작업장을 인체공학적으로 바꿨다. 장년 근로자를 위해 특별한 바닥재를 사용하고 의자도 편안한 것으로 교체했다. 운동공간도 마련하고, 업무도 조정했다. BMW의 근로복지 관리자인 요켄 프라이는 "우리는 작업 능률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개선하도록 하는 전략을 개발했다"고 자평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를 앞두고 인력난을 고민하는 전세계 기업들이 근로자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고령 근로자들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숙련 기술을 가진 근로자의 은퇴에 따른 기술력 상실과 청년층 부족에 따른 기술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급속한 근로자 고령화는 독일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싱가포르,한국 등 전세계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통계전문가들은 독일의 50세 이상 근로자 비율은 현재 25%에서 2020년에는 45%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미국에서는 상승 속도가 완만하기는 하지만 역시 늘고 있다.
근로자 고령화는 기업들을 깊은 딜레마에 빠뜨렸다.고령 근로자들을 그대로 내보내자니 '기술'이 사장될 판이고 그들을 계속 채용하자니 청년층이 실업자 신세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인력시장의 아이러니다.
기업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30~40대 인력의 부족에 따른 기술력 공백이다. 베이비 부머가 은퇴하고 빈 자리를 1970년 이후 태어난 X세대에 넘길 경우 이들을 대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의 인재개발업체인 '썩세스 팩터'의 캐리 윌리어드 박사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이비부머가 모두 퇴직하고 나면 이들의 자리는 10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기업들이 우선 실버세대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련한 고령 근로자가 갑자기 그만두게 하기 보다는 이들이 젊은세대에 업무기술을 서서히 넘기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대안을 찾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막스앤스펜서는 이미 2001년 정년 연령을 없애고 55세 이상 근로자들이 파트 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퇴직연금 가입 여부는 본인 선택에 맡겼다.
영국 통신회사인 BT는'예비군 방식'으로 퇴직자를 활용하고 있다. BT는 바쁜 시기에는 은퇴한 엔지니어를 고객 전화 상담부서에 배치하고 기술개선을 지원하도록 했다.이 회사의 인력정책 부장인 캐롤라인 워터스는 "은퇴 후 직업을 원하지 않던 퇴직자들도 직장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BMW는 근무 환경을 바꿨다.고령자 채용에 따른 작업능률 하락 우려를 없애기 위해 회사는 비어베른 공장의 작업라인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하나는 청년층이 많도록 팀을 짰고, 다른 그룹은 고령의 근로자가 많이 배치했다. 결과는 고령의 팀의 업무성과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은 젊은 근로자들이 고령 근로자들의 멘토가 되는 '역멘토제'를 시행중이다. 젊은이들을 통해 신세대가 사용하는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정보를 아버지뻘인 근로자들이 습득하도록 해 세대간 격차를 없애려는 복안이었다.
BT는 직장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전통적인 직업관을 바꿨다. 은퇴를 앞둔 직원을 강도가 높은 업무 보다 고위직이 아닌 자리로 재배치했다. 영국 PR회사인 RMS의 릭 블리어스 국장(72)은 60대에 경영진 자리를 포기하고 이제는 카피라이트에 주력하고 있다.그는 자리를 낮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자기가 잘하는 일에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이는 젊은 근로자에게 더 큰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워터스는 "계급은 과거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젊은 층도 나이 많은 근로자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FT는 "근로자의 고령화에다 인력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나이 많은 근로자들을 좀 더 좋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이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노동자를 기업이 계속 보유할 수 있다면 왜 그렇게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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