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줄지어 잡혀 가고 급기야 대통령이 사과하는 불행은 언제 사라질 것인가. 국민은 화나고 안타깝다.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던 이 정권의 다짐은 어디로 갔나. 왜 어김없이 친인척, 측근 비리로 무너지는가. 사과하면 국민은 언제나 용서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여야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진정성있는 사과의 첫 걸음은 측근 비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투명하게 낱낱이 규명하는 일이다. 엄정한 제도적, 법적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행동, 주변 인물들의 도덕성이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에게 실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숱한 경고의 징후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정권 초기부터 친인척의 권력남용과 측근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다짐과는 달리 부정부패와 비리를 예방하고 척결하려는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
이 대통령이 사과한 날,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김세욱 전 행정관이 함께 구속됐다. 같은 날 국무회의는 신설 언론문화협력 대사에 이동관 전 공보수석비서관을 임명하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에게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 심기일전해 국정을 다잡겠다는 다짐이 국민에게 선뜻 와 닿지 않은 이유를 이 날의 엇갈린 풍경이 설명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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