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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표 브랜드 '애니(Any)'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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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갤럭시'가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
애니콜 아니타임 애니패스.. 삼성전자 상징하던 그말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대표하던 브랜드 '애니○'이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선 지난해 말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금융계열사에서 사용하던 애니카, 애니패스 등의 브랜드도 새로운 대표 브랜드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19일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에 따르면 '애니○'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애니(Any)'라는 단어 뒤에 원하는 단어만 붙이면 브랜드가 되는 마법의 브랜드명으로 불렸지만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변했듯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퇴장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콜' 브랜드는 지난 1993년 외산 휴대폰이 국산 보다 좋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삼성전자가 만들었다.

당시 휴대폰 사용자들이 휴대폰을 고르는 기준은 통화품질이었다. 삼성전자는 '통화 성공이 탁월한 휴대폰'을 콘셉트로 잡고 30~40대 자영업자층을 주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총 500여개의 후보안을 놓고 10개월간 고민끝에 '애니텔(Anytell)'이라는 브랜드가 결정됐다.

하지만 애니텔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상표 등록이 돼 있어 다시 한번 브랜드명 재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지는 휴대폰이라는 의미인 'Anytime, Anywhere Anycall'이라는 '애니콜(Anycall)' 브랜드가 결정됐다.
이후 애니콜을 앞세운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해 휴대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도 날로 높아졌다. 지난 2008년 고려대 경영학과 박찬수 교수가 스탠포드대 스리니바산 교수와 공동으로 브랜드 자산가치 측정에 나선 결과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5조 7000억원에 달했다.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자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도 애니○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애니 뒤에 주요 상품의 코드를 붙여 내는 하위 브랜드를 꾸준히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거의 모든 제품에 '애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프린터 솔루션에는 '애니웹프린트(Anywebprint)', 시각 장애인을 위한 교육사이트에는 '애니컴(Anycom)'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제품 이름에도 애니콜 브랜드가 활용됐다. 삼성SDS가 만든 하이패스 단말기는 '애니톨(Anytoll)', 의료진단기기는 '애니닥터(Anydoctor)'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모두 애니콜에서 파생된 솔루션, 제품 이름들이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의 대표 브랜드로 애니○가 자리잡기 시작하며 금융계열사들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의 브랜드 이름을 '애니카'로 붙였다. 손해보험에는 '애니케어', 생명보험에는 '애니타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카드 역시 20~30대를 겨냥해 '애니패스' 카드와 '애니스타일' 카드를 선보이며 삼성그룹 전체가 애니○ 브랜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업체인 애니셀(Anycell)과 브랜드 사용명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애니콜에서 파생된 브랜드인만큼 삼성 계열사로 오인할 수 있으니 상표출원을 무효화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삼성전자가 지고 말았다.

소송까지 제기하며 애착을 보였던 애니○ 브랜드는 스마트폰 '갤럭시'가 등장하며 잊혀져 가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 초창기만 해도 갤럭시 앞에 애니콜을 붙여 부르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2 이후부터 애니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짓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관련 사이트 주소도 애니콜(www.anycall.co.kr)에서 글로벌 브랜드인 삼성모바일(www.samsungmobile.com)로 통합했다. 계열사 역시 예전 애니○ 브랜드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 역시 대표 상품이던 애니패스 대신 '삼성카드'가 주력 브랜드 네임으로 자리잡았다. 삼성화재는 자동차용 보험 상품에 한해 '애니카'를 유지하고 애니케어, 애니타임 브랜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 내에서 애니콜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은 세대 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미스터 애니콜로 불리던 이기태 전 부회장에서 2인의 갤럭시안으로 불리는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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