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열린 제약회사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주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제약회사가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주주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내역도 공개하라는 제안에 국민연금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돈으로 운영되는 기금인 만큼 국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공적 책임은 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전광우 이사장은 공익에 폐해가 큰 기업에 대한 지분을 줄이는 방향의 투자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에 마케팅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주장한 주주의 말을 빌리면,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에 이런 섬뜩한 광고판을 설치했다고 한다. "친구와 멀어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국민연금이 도덕성만을 강조하다 수익률이 낮아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죄악기업에 국민 돈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그들의 '번창'을 바라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만 한다면 죄악기업으로 하여금 최대한 비윤리적이며, 불투명한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현실은 불편함을 넘어, 그 자체가 바로 죄악과 다를 바 없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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