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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담배회사 윤리강화 반대하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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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국민연금은 최근 미국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주총에 참석해 "윤리경영을 강화하라"는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의 마케팅ㆍ광고 활동이 이미 정부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이유다. 국민연금은 필립모리스에 약 740억원을 투자한 주주다(2010년 기준).

지난달 26일 열린 제약회사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주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제약회사가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주주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내역도 공개하라는 제안에 국민연금은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담배ㆍ술ㆍ도박 등 소위 '죄악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37개 해외 죄악기업에 총 3400억원을 투자했다. '무슨 사업을 하느냐'가 아닌 '수익률이 얼마냐'를 따지는 기금 운영의 취지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돈으로 운영되는 기금인 만큼 국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공적 책임은 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전광우 이사장은 공익에 폐해가 큰 기업에 대한 지분을 줄이는 방향의 투자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 죄악기업 투자 정책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공단 측은 "담배회사도, 주류회사도 합법적으로 주식을 상장해 영업하는 기업"이란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다.

필립모리스에 마케팅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주장한 주주의 말을 빌리면,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에 이런 섬뜩한 광고판을 설치했다고 한다. "친구와 멀어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국민연금이 도덕성만을 강조하다 수익률이 낮아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죄악기업에 국민 돈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그들의 '번창'을 바라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만 한다면 죄악기업으로 하여금 최대한 비윤리적이며, 불투명한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현실은 불편함을 넘어, 그 자체가 바로 죄악과 다를 바 없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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