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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CEO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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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옵트론텍 대표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대학졸업을 한 학기 앞둔 2005년. 미국 MBA를 준비하던 차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몇년내 상장을 하겠다며 밤낮으로 일하던 아버지께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바로 회사로 입사했다. 몇해 전 병역특례로 일을 했기에 낯설지 않았지만 그때와는 처지가 달랐다. 20대 중반인 그의 어깨에 백여명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져야 했다. 아버지는 간암 판정을 받은지 3개월만에 저세상으로 갔다. 대학을 졸업도 하기 전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임지윤 옵트론텍 대표(사진)는 이렇게 회사를 맡았다. 3년간 현장에서 근무하며 회사 분위기를 익혔다지만 본격적으로 후계 수업을 받은 것은 3개월에 불과했다. 삼성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겪은 선친과 달리 임 사장은 사회 초년병이었다. 주위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 사장에게는 젊음과 패기가 있었다.

급작스레 회사를 물려받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창원 공장에서 지낸 3년도 헛되지 않았다. 모든 임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그들과 부대꼈다는 것은 큰 자산이었다. 이들 덕에 1989년 창업과 함께 시작한 광학용 렌즈사업 등 광학 관련사업쪽으로 한우물을 판 저력을 훼손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회사가 안정되면서 임 대표는 선친의 약속을 지킬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상장을 하겠다는 약속을 되도록 빨리 지키고 싶었다. 직상장을 준비하던 중 좋은 M&A(인수합병) 물건이 나왔으니 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우회상장이 탐탁치 않았지만 규모가 옵트론텍보다 더 큰 동종업체란 점이 끌렸다.

"필터와 그레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해빛정보와 글라스 렌즈 및 카메라 경통을 전문으로 하는 옵트론텍의 공정라인이 결합될 경우 단품위주에서 모듈화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력과 규모면에서도 대규모화 되는 중국업체와 기술적 우위를 앞세운 일본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임 대표의 이같은 생각은 4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가 됐지만 해빛정보 인수 직후에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수출이 많은 두 회사 모두 '키코(KIKO)'에 노출되며 생각지도 못한 우발채무까지 떠안아야 했다. 2008년 인수한 해빛정보는 그해 14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힘든 시기였지만 임 대표는 정면돌파를 했다. 두 회사를 2009년초 합병시키고, 사업영역을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대전, 창원, 중국 공장으로 배분했다. 해빛정보 대전본사는 이미지 센서용 필터를, 중국 동관공장은 광 픽업(OPU) 부품, 중국 천진공장은 글라스 광학렌즈 및 카메라 경통 등으로 각각 주력라인을 재편하는 식이었다.

과감한 '리스트럭처링' 덕에 옵트론텍은 2009년 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8년 334억원이던 매출은 771억원으로 배 이상 급증했고, 영업이익 102억원에 순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스마트폰 열풍에 창업 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시된다.

하반기부터는 고수익 신제품인 '블루필터' 전용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또 한번 도약할 것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옵트론텍의 블루필터는 삼성전자가 채택하면서 해외 유수 스마트폰업체들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실적 덕에 옵트론텍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연초와 비교해도 배 이상 성장이다. 어엿한 중견기업 규모지만 임 대표는 아직 자가 운전을 한다. 젊은 부자답지 않게 차종도 사치스럽지 않은 편이다. 최근 단종된 기아차의 대형 세단이 그의 애마다. 초일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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