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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통합진보 '9시간 50여분'의 광란, 그 현장에서

최종수정 2012.05.14 15:36 기사입력 2012.05.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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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아시아경제 기자 어딨어, 어딨냐고!"

12일 밤 10시 30분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 정당 사상 초유의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 50분이나 흘렀을까.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한 50대 당원이 기자석을 돌아다니며 기자를 찾았다. 흥분한 그는 "일방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기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각종 포털 사이트를 장식한 본지의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발생... 당권파 대표단 구타" 기사를 언급하며 "왜곡이야 왜곡"이라며 악을 썼다. 그러나 같은 시각 본지 기사 외에 수십여 건의 기사가 폭력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9시간 50여분'의 광란. 두 눈으로 본 현장은 예상을 넘어섰다. 당권파 운영위원은 서로 번갈아 가며 18번이나 똑같은 내용의 의사진행을 발언을 신청하는 '필리버스터' 전술을 펼쳤다. 참관인을 자처한 300여명 당원들은 회의장 뒤편에서 6시간 30여분 동안 "불법 중앙위 중지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앳된 얼굴의 학생 당원들은 "조준호 죽어라! 유시민 국참당으로 돌아가라! 심상정은 독재자냐"며 고성을 지르며 회의를 방해했다.

최악은 당원들의 대표단 린치였다. 심상정 공동대표가 이날 9시 40분께 '강령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려고 하자 당원들은 일제히 의장석으로 돌격했다. 노조조끼를 입은 40ㆍ50대 당원들은 의장석 정면으로 돌파했고 학생당원 수십여명이 좌우로 나눠 의장석으로 뛰어들었다. 피할 사이도 없이 유시민ㆍ심상정ㆍ조준호 공동대표는 당원들로 휩싸였다. 당권파들은 이들 의장을 향해 고함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히고 얼굴을 가격당했다. 심 공동대표는 학생당원에게 발로 짓밟혔다. 유시민 대표는 심 대표를 몸으로 보호하면서 여러 차례 얼굴을 맞았다.

노회찬 대변인의 말대로 이번 사태는 이른바 '용팔이 사건'보다도 저질이다. 1987년 통일민주당의 창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한 '용팔이 사건'이 차라리 양호했다. 통합진보당 폭력사태는 스스로 뽑은 공당의 대표를 당원들이 집단 구타한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당직자들이 20대 학생들을 앞세워 폭력사태를 사주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무엇보다도 폭력을 저지른 당권파 당원들이 이번 사태를 '심상정ㆍ조준호의 여론 플레이'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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