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임수정(32)은 만년 소녀였다. 1998년 잡지 표지 모델로 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데뷔 15년 차다. 스타의 산실(産室)인 TV 드라마 '학교 4'와 영화 '장화, 홍련'으로 비로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임수정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동적 연기가 아닌, 안으로 삭히는 정적 연기를 주로 펼쳐왔다. 타고난 동안(童顔)은 그에겐 '양날의 검'이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임수정에게서 가녀린 소녀를 봤다.
이랬던 임수정이 변해간다. 그것도 그 스스로 자신의 '호감'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있다. '김종욱 찾기'(2010)에서 털털한 선머슴 느낌의 캐릭터 지우로 분했던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임수정은 좀 더 나아간다. 17일 개봉되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그는 결혼 7년 된 유부녀 정인 역으로 등장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지긋지긋한 아내 정인과 이혼하고 싶은 두현(이선균 분)이 카사노바인 성기(류승룡 분)을 고용해 정인을 유혹하게 한다는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다. 지긋지긋하다고? 극 중 임수정은 과거 그에게 드리워진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모습 대신 도발적이고 성숙한 생활형 '성인(成人)'으로 갈아탔다.
흠도 여럿 찾아낼 수 있다. 출발은 발랄했지만 정인과 두현의 화해로 나아가는 중반 이후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 그대로다. 일본 지진(地震)을 매개체로 두 남녀가 만난다는 설정도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임수정의 존재로 이 모든 영화의 단점들은 철저히 감춰진다. 이제 임수정에게서 어른이 느껴진다. 그러면 된 거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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