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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개통 앞둔 '이순신대교', "현수교의 신화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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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m '캣워크'에서 순수 국산기술의 위용 실감.. 국내 최장·세계 최고 주탑높이 자랑

임시개통 앞둔 '이순신대교', "현수교의 신화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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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모델들의 '캣워크'라면 마음이 편했으리라. 상공 270m 높이에서 차량이 다닐 교량 상판까지 이어지는 캣워크는 식은땀을 흐르게 했다.

한국형 현수교의 핵심 기술이 총 망라된 '이순신대교'의 핵심기술을 훑어본다는 것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 방문자들은 바다 위 허공에 매달린 캣워크에 압도된 사이 현장의 기술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다리를 국내 순수기술로 건설한다는 사명감과 자신감에 눈이 빛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백미터 상공에서 빈틈없는 시공에 여념이 없었다.

27일 전라남도 광양시 금호동 일대에 자리잡은 이순신대교는 국내 최장 현수교, 세계 4번째 길이의 현수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위용을 드러냈다.
◆국내 최장 현수교.. 기술도 국산화= 이순신대교의 주탑은 현존하는 현수교의 콘크리트 주탑 중 가장 높은 해발 270m다. 현재까지 가장 높은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254m)의 기록을 경신했다.

현수교는 쉽게 말해 주탑과 주탑 사이에 주 케이블을 얹고, 주 케이블에 연결된 여러 케이블이 도로의 상판을 지지하는 형식의 교량이다. 국내에서 첫 시공된 남해대교나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 등이 대표적이다. 케이블이 하중을 받쳐주기 때문에 중간에 설치하는 교각이 적어 교량 하부로 선박이 통과하는 데 안전하다. 하지만 케이블을 받쳐주는 주탑과 교량 전체의 하중을 이겨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케이블 제작과 가설 등이 필요하며 이 부분에서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이순신대교처럼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가 긴 경우에는 더욱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2개의 주탑간 거리는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세계에서는 4번째로 긴 수준이다. 이순신 장군의 탄신 연도를 기리는 뜻에서 대림산업은 주탑간 거리를 제안하고 교량 이름도 장군의 이름을 땄다.
주 케이블은 다리 양쪽 끝에 설치된 케이블 고정대(앵커리지)에 단단히 연결되는 방식이다. "광양과 묘도에 각기 다른 앵커리지(케이블 고정대)를 만들었다. 광양쪽에 설치한 것은 무게 40만톤에 달하는 콘크리트를 타설해 만든 중력식 앵커리지다. 묘도에는 지하 33m에 있는 암반에 직접 케이블을 정착했다. 주 케이블은 양쪽의 앵커리지가 붙잡아주는 형태다."

서용화 대림산업 여수산단진입도로 3공구(이순신대교) 현장소장이 설명했다.

케이블을 가설하는 과정은 현수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대림산업은 이를 위해 국내 순수 기술의 가설장비를 개발해 투입했다.

김동수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 사장은 "대부분 현수교를 시공할 때는 일본에서 고가의 장비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나 대림산업은 국내 최초로 직접 장비를 만들어 작업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직경 5.25mm의 초고강도(1860Mpa급) 강선을 네 줄씩 자동차 바퀴 모양의 활차에 연결해 양쪽 앵커리지를 왕복하는 방식으로 연결한 뒤 이를 묶어 하나의 케이블로 완성했다. 케이블 하나에 강선 1만2800가닥이 촘촘하게 배열됐다. 케이블 하나의 직경은 677mm로 총 4만톤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다.

◆270m 상공 '캣워크'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맛보다= 케이블 설치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교량 상판에서 주탑까지 이어지는 1㎞의 캣워크를 걸어보면 '안전하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 곧바로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캣워크는 케이블 설치 작업을 위해 만든 가교다. 대림산업 핵심 기술진이 현장을 오가고 각종 물자를 나르는 길이기도 하다. 270m 높이의 주탑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2007년 11월 시공이 시작된 이후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주탑까지 공사용 리프트를 타고 올라 캣워크에 처음 내민 발은 허공에 떠 있었다. 캣워크의 바닥은 철사망으로 엮여 있었다. 약 50cm 간격으로 나무토막을 덧대어 미끄러짐을 방지하도록 했다. 약 1.5m 높이의 난간과 함께 붙잡을 줄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철사망 사이로 줄잡아 200m 아래에서 발톱만하게 보이는 도로 포장용 트럭의 움직임이 드러나 아찔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일하다보면 높은 줄도 모른다. 설계나 시공에서 1mm의 오차도 허용이 안된다. 하루에 다섯 번 넘게도 왔다갔다 하고, 바쁠 때는 대소변도 캣워크 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때는 바람의 방향을 잘 타는 게 중요하다."

뒷짐을 지고 앞에 걸으며 안내하는 대림산업 직원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다리가 떨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리를 건설하려는 대림산업의 도전정신과 대담성이 유머섞인 말 속에서 느껴져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설업 특유의 창조력도 읽을 수 있었다.

이순신대교는 5월12일 개막하는 여수엑스포에 맞춰 임시 개통된다. 대림산업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을 순간이 다가온 셈이다. 김윤 부회장은 "2003년 삼천포대교를 국내 순수 기술로 건설한데 이어, 이순신대교를 통해 현수교까지 기술 자립 시대를 맞게 됐다"며 "한국형 현수교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교량 건설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이면 정식 개통에 들어갈 이 교량은 광양항과 여수산단간 거리를 60km에서 10km로 단축시킨다. 이동시간을 80분대에서 10분대로 줄인다. 사업비 5022억원을 들여 2조20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가져올 이순신대교의 앞날이 자못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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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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