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전람회 1집, CD플레이어, 펜티엄 컴퓨터…그리고 삐삐'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 주인공 서연과 승민의 추억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서연을 연기했던 수지는 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삐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4년생 그녀는 삐삐의 존재 자체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90년대 공중전화 앞에서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애태웠던 삐삐.
90년대 후반 시티폰의 등장으로 삐삐 이용자는 급격히 퇴조했다. 하지만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가 등장한 지금도 삐삐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이들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현재 삐삐 이용자들 중 병원 등 특정 분야 종사자들이 많지만 자발적 삐삐 사용자들도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 카페엔 회원수 3000명 규모의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삐삐 번호는 015-○○○○-○○○○다. 옛날 012, 015로 시작했던 번호 중 살아남은 건 015다. 국내 삐삐사업자로는 서울이동통신이 유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만 삐삐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파수 재할당을 받으며 전라남ㆍ북도에서도 삐삐가 터진다. 가입자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오히려 서비스 지역은 넓혀가고 있다. 삐삐 주파수망을 재배치 하고 있어 신규가입은 올 하반기부터 가능하다.
서울이동통신 관계자는 "여태까지 삐삐가 일방향이 었다면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삐삐가 나오면 삐삐 고객들도 점점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축학개론 속 첫사랑의 추억도 올 가을 쯤이면 대학 새내기들의 현재로 되살아날지 모를 일이다.
심나영 기자 s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