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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넥센 서건창 “야구인생 2막은 다르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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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넥센 서건창 “야구인생 2막은 다르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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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서건창의 지난 야구인생은 1막 4장으로 나뉜다. 1장은 부상이다. 광주제일고 시절 스카우트 사이 손꼽히는 내야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결국 그는 어떤 구단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2장은 신고 입단이다. 서건창은 말한다. “야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많은 대학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그는 LG 유니폼을 입었다. 홀어머니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굳게 마음먹은 재기 의지는 순항하는 듯 했다. 2군 무대에서 특유 야구센스를 펼쳐 보이며 코칭스태프의 이목을 끌었다. 노력은 이내 희망으로 이어졌다. 꿈에 그리던 1군 무대 승격을 이뤘다. 하지만 타석에 나설 기회는 단 한 번에 그쳤다. 어느새 발걸음은 다시 LG의 2군 홈인 구리구장을 향했다. 3장은 방출이다. 서건창은 또 한 번 불운에 부딪혔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발목을 잡았던 팔꿈치 통증이 재발했다. 배트를 계속 잡으려면 수술은 불가피했다. LG 구단은 수술까지 받은 신고 유망주의 회복을 기다릴 수 없었다. 서건창은 이내 동고동락했던 코치진으로부터 방출 소식을 전달받았다. 4장은 현역 입대다. 군 입대 결심과 함께 그는 2년여 동안 야구공을 내려놓아야 했다. 소속도 없는 서건창에게 야구선수로 계속 뛸 수 있는 상무, 경찰청의 문턱은 너무 높기만 했다.

비운이라는 말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화들. 하지만 불운하게 매듭지어진 1막은 서두에 불과하다. 우여곡절 끝에 넥센에 입단했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건창은 이제 겨우 23살이다. 군 문제마저 해결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7일 두산과의 개막전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무대였다. 5회 상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체인지업을 때려 2타점 역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그는 다음 경기에서도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 등 공격에서 제 몫을 해냈다. 포구 등 수비를 조금 더 보완하면 충분히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막 문을 연 야구인생 2막. 서건창이 거듭된 순항으로 1막과 다른 내용을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다음은 서건창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넥센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서건창(이하 서) 지난해 9월초 군 복무를 마치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애초 신생 구단인 NC의 문을 두들기려고 했다. 선수모집 공고를 접하고 테스트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찰나에 광주제일고교 은사인 김선섭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넥센 구단에 추천을 해놓았으니 테스트를 받으라고 했다. 전역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솔직히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깨끗이 마음을 비웠는데 강진 베이스볼 파크에서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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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테스트 당일 컨디션이 꽤 좋았나보다.

10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짧은 시간 내 컨디션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둘째 날 치른 청백전 결과가 가장 아쉽다. 타석에서 1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스투 그래도 응시자 가운데 유일하게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박흥식 코치, 서한규 코치 등이 점수를 매겼는데 아직도 왜 나를 붙여줬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스투 이번이 첫 1군 무대는 아니다. LG에서 뛴 2008년 1군으로 승격돼 한 타석을 소화했다.

결과는 삼진이었다(웃음). 2008년 LG에 입단해 2군 경기를 많이 소화했다. 그런데 광주제일고교 시절 다친 팔꿈치 부상이 재발했고 수술대에 오르며 결국 방출 수순을 밟게 됐다.

스투 방출된 다른 이유는 없었나.

2009년 LG에 (오)지환이를 비롯해 내야수들이 대거 입단했다.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경쟁에서 밀린 건 당연했다. 신고 선수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였다. 수술까지 받은 상태여서 구단이 믿고 기다려주길 기대하기 어려웠다.

스투 3년이 채 되지 않아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나.

군복무를 소화하고 난 뒤 심적으로 한결 편해졌다. 3년 전만 해도 쫓기는 기분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항상 서둘렀고. 지금은 훈련이나 경기에서 여유가 생겼다. 뭘 해야 하는지도 많이 알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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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막상 방출 통보를 받았을 땐 무척 힘들었을 텐데.

물론이다. 코칭스태프로부터 방출 이야기를 듣고 많이 힘들었다. 바로 군에 입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경찰청이나 상무를 가고 싶어 다른 구단에서 테스트를 받아볼까 했다. 아무래도 소속이 있으면 높은 경쟁률을 뚫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스투 결국 고향인 광주에서 현역병사로 복무했다.

31사단에서 기간병사로 일했다. 주 근무지는 예비군 부대였고. 하루하루 위병소를 지키며 야구를 그리워했다. 상무, 경찰청을 가지 못해 후회하진 않았다. 주위에 현역으로 입대한 친구들이 꽤 많다.

스투 2년여 동안 그대로 배트를 내려놓았나.

상관들이 협조를 해준 덕에 짬이 나는 대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내무반이나 위병소 근무를 서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돌이켜보면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스투 감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대신 새로운 걸 얻었다. 그라운드가 아닌 TV를 통해 경기를 접하다보니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그 때마다 얼마나 야구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휴가를 나오자마자 새로운 구단을 알아보고 다녔다.

스투 다른 일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전혀. 야구만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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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처음 테스트를 받은 구단이 넥센인가.

그렇다. 첫 시도부터 술술 풀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다. 생각지도 못한 호재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스투 어느덧 1군 명단에까지 등록됐는데.

돌아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일본 마무리캠프를 포함해 세 차례 전지훈련을 정신없이 소화하다보니 어느새 시즌에 돌입했다. 지금도 정신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야구만 생각하고 살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스투 숱한 어려움을 딛고 다시 1군 무대를 밟았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법 한데.

아직 이르지만 이 말만큼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로 계속 뛰고 싶다면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도움이 된다. 상무, 경찰청에 가지 못해 낙담하고 있을 때 허세환 인하대 감독이 말했다. “상무, 경찰청에 간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중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다면 24살에 다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스투 LG 시절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나.

정찬헌과 친하게 지냈는데 공익근무를 하고 있어 최근 연락이 뜸해졌다. 야구에만 매진하다보니 연락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LG에 함께 입단했던 동기들과 자주 전화 통화를 나누는 편이다.

스투 심수창, 박병호 등이 LG에서 넥센으로 건너와 함께 뛴다.

처음 넥센 유니폼을 입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두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늘 말을 먼저 걸어준다. 조언들이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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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넥센을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나.

입단 전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항상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팀이라고 들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모두가 걱정 없이 야구에만 몰두한다. 사실 전부터 넥센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른 팀보다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 같았다.

스투 선수단의 일원이 되어보니 어떠한가.

마음이 편안하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코칭스태프가 정해놓은 일정에 끌려 다닌다는 느낌도 없다. 구성원 모두 가족처럼 느껴진다.

스투 어떤 점에 가장 초점을 두고 있나.

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안정된 수비다. 실책 하나에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지훈련 때까지만 해도 작전수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주루 플레이, 팀 배팅 등 세밀한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배트를 휘두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을 계속 쌓는다면 좋은 수비수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투 9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데.

LG 2군에서 많이 접했던 타순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1, 2번으로 기용됐다. 제일 잘 맞는 타순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꼭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스투 현재 컨디션은 어떠한가.

전지훈련 때보다 많이 떨어졌다. 긴장이 되거나 부담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몸 상태를 하루빨리 끌어올려 최대한 많이 출루하고 싶다.

스투 높은 출루율의 타자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인가.

그렇다. 롤 모델도 이종욱(두산)과 정근우(SK)다. 두 선배 모두 출루 뒤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근성까지 넘쳐 매 출루에 성공할 때마다 수비진을 긴장시킨다. 그런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TV를 통해 본 그들의 플레이를 직접 그라운드에서 재현하는 게 야구선수로서의 최종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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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100m를 몇 초 만에 주파하나.

12초 후반 정도다. 타구기 낙하될 지점을 빨리 판단하는 편이라 주루 플레이만큼은 늘 자신 있다.

스투 타격 폼이 조금 특이한데.

그간 타격 자세를 자주 바꿨다. 중고등학교 시절 남의 폼을 잘 따라하는 편이었다. 어울리지 않으면 다시 바꾸길 몇 번씩 반복했고. 그런 부분에서 조금 성급했던 것 같다. 가장 많이 따라한 건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였다. 지금도 당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하체를 이전보다 많이 낮췄다. 상체의 힘을 뺀 상태에서 공을 때린다. 그 덕에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가는 걸 많이 줄였다. 히팅 포인트가 약간 뒤에 맞춰져 타구에도 적잖게 힘이 실린다. 현재는 공을 툭툭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배트를 휘두른다. 박흥식 타격코치에게 따로 지적을 받은 적은 없다. 좋지 않은 습관이 노출될 때만 조언을 해주신다.

스투 내야수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배경은 없었다. 투수를 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내야수를 맡게 됐다. 내게 잘 맞는 자리인 것 같다. 원래 치고 달리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좋아한다.

스투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1군 명단에 계속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대수비든 대주자든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군 제대 뒤부터 흘린 땀방울은 그런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었다. 실수를 최소화하고 넥센의 전진에 힘을 보태겠다. 내 야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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