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00만명을 어떻게 죽일까?', 프랑스 '분노하라' 총·대선 앞둔 한국 독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1100만명을 어떻게 죽일까'라는 살벌한 제목의 130쪽짜리 소책자가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아마존 정치 분야에서 1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1100만명은 나치 독일 시절인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아돌프 히틀러가 살해한 사람들의 숫자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숨을 멎게 할 만큼 간단하다.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라(Lie to them)"는 것이다. 학살의 전 과정을 총괄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게토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들 앞에서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으로 진격해 오고 있으니 빨리 우리가 마련한 쾌적한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호소했고, 유대인들은 꼼꼼하게 직조된 이 '거짓말의 포획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 결과 모두가 알다시피 참혹한 대학살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단 한명의 정신병자 정치인이 우리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가가 당면할 최고의 위험은 바로 "거짓말쟁이들이 우리를 제대로 리드해줄 것"이라고 국민들이 믿기 시작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급하게 "히틀러가 문제다"식의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어째서 독일 국민들은 그를 지지하고, 한편으로는 침묵했는가"를 들여다본다.
'거짓말'이라는 방법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들이 다양한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실상이 극소수의 사람이 모든 법을 만들고 예산을 계획하며 모든 정책을 만들어 전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선택의 순간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리더들에게 '정직'과 '진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의 표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은 과거의 잘못된 진실과 결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서 발간돼 프랑스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와 여러모로 닮았다. 강렬한 제목의 '분노하라' 역시 짧은 소책자로 저자가 2009년 '레지스탕스의 발언' 연례 모임에서 "젊은이들에게는 분노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즉흥 연설을 한 내용을 담아 발간된 책이다.
90대에 접어든 전직 레지스탕스 투사가 던지는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는 메시지는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정치를 혐오하면 그 정치가 우리를 죽인다는 무서운 진실, 그리고 분노할 수 있는 힘이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메시지를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는 두 편의 글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1100만명을 어떻게 죽일까?'와 '분노하라' 2권의 짧은 소책자를 읽는 데는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1100만명을 어떻게 죽일까?/앤디 앤드루스 지음/이은정 옮김/에이미팩토리/가격 1만2000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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