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인터뷰〕움직이는 디자이너, 박윤수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 오랜 시간 꾸준하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또 그간에 활발하다는 건 더욱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윤수는 눈에 띄는 이름이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1980년 중앙일보 중앙디자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패션계에 입성, 1985년에 ‘올스타일 박윤수’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걸고 활동했다. 2011년에는 리뉴얼을 통해 빅 박(BIG PARK)과 'P+by 박윤수'를 론칭했다. P+by 박윤수는 현대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아웃도어 브랜드로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자리매김했다. 한국 패션쇼를 주도해 온 서울컬렉션(SFAA) 원년 멤버로 마흔 번이 넘는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에 옷을 선보인 이. 최근 런던에서의 컬렉션을 마치고 돌아왔고 곧이어 MCM과의 협업 소식을 들려줬다. 국내 패션계에서 20년 넘는 활동 기간 내내 굳건히 브랜드를 확장하고 숙성시켜 온 디자이너 박윤수를 만났다.

〔인터뷰〕움직이는 디자이너, 박윤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Q. 런던에서 치르고 온 가을·겨울 컬렉션은 어땠나.
A. 지난해 8월에 런던에 빅 박을 론칭했다. 봄·여름 컬렉션에 이어 이번에 가을·겨울 쇼를 하고 온 거다. 동양인이 컬렉션을 한다고 하면 일단 관심은 받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이목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 같은 경우 꾸준히 움직여 왔다. 런던이라면 십 수 년 전부터 자주 왕래하던 곳이다. 그래서 파리나 뉴욕에 비하자면 훨씬 수월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빅 박을 론칭한 건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일반 쇼장도 아닌 마켓에서 했지 않나. 일전에는 자동차를 수리하던 오랜 공장에서 했었다. 나는 옷을 오래 만든 이고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질을 보장한다. 노하우가 있다는 거다. 그런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을 벌여온 셈이다. 단기적으로 무언가 해보겠다고 하면 쉽지 않았을 거다.

Q. 어째서 마켓이나 오래된 공장에서 쇼를 보여주려 했던 건가
A. 규모의 문제다. 처음부터 거나하게 벌이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해내는 거다. 난 단 한 번도 외부의 도움, 지원 없이 꾸준히 해외 컬렉션을 해 왔다. 해외 컬렉션이란 게 많은 돈이 들지만 또 얼마든지 규모를 조절할 수가 있다. 꼭 돈의 문제만은 아닌 거다. 이번에 쇼를 보인 런던 그 골목은 내가 다니던 카페가 있고 바가 있고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건너 어느 멀티숍을 운영하는 친구가 오는 식으로 패션 관련 지인들이 몰려들었다. 재미있었다.

▲ 런던에서 선보인 2012 봄·여름 컬렉션

▲ 런던에서 선보인 2012 봄·여름 컬렉션

원본보기 아이콘
▲ 런던에서 선보인 2012 가을·겨울 컬렉션

▲ 런던에서 선보인 2012 가을·겨울 컬렉션

원본보기 아이콘


Q. 박윤수 디자이너의 이름 아래 현재 3개 라인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리뉴얼을 결행하고 움직이고 있더라.
A. 1989년부터 43번의 서울컬렉션(SFAA)을 했다. ‘박윤수’를 론칭하고 최근 10년을 보면 타깃은 나이가 들고 내 옷은 자꾸만 젊어지더라. 그래서 갈등을 좀 해 왔다. 그러다 2011년에 리뉴얼하면서 ‘빅 박’ ‘P+by 박윤수’를 론칭한 거다. 빠른 건 아니었던 거 같다. 이번에 런던에 다녀오면서 ‘조금 더 일찍 올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패션은 ‘젊다’는 말로도 대신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Q. 독일 가방 브랜드 MCM과의 협업으로 ‘MCM by 빅 박’을 출시했다. 이번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
A.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MCM 측이 지난 서울컬렉션을 지켜보며 디자이너를 물색했던 것 같다. 지난 쇼를 통해 낙점되어 계약을 맺었다. 내가 가죽이란 소재를 좋아해서 매번 사용하는데 그게 또 어울렸을지 모르겠다.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은 중장기적인 작업은 외국디자이너들과 하는 식이잖나. 중국을 공략하는데 한국 디자이너가 서양인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번 MCM과의 협업은 브랜드는 온전히 지키면서 디자인만을 하는(브랜드까지 흡수하는 것이 아닌) 선례로 남을 거라고 본다. 현재 MCM by 빅 박 컬렉션은 홍콩과 유럽, 미국, 두바이 등 MCM 전 세계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그 물품은 모두 한국에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Q. 리뉴얼도 그렇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며 시장에 적응하는 1세대 디자이너로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A.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있다면 브랜드를 리뉴얼해 좀 더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 p+by 박윤수와 그보다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은 빅 박을 만들고 20년을 이어온 기존 박윤수 브랜드는 점차 라인을 줄이고 있는 와중이다.

▲ 홍콩 MCM 매장 전경

▲ 홍콩 MCM 매장 전경

원본보기 아이콘


Q.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A. 꾸준하다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내가 아직도 열정이 식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열정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 늘 무언가 하고 있고 움직이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고 살아남은 1세대 디자이너가 됐다. 다국적 기업에 대응하려면 이렇게 바뀌는 수밖에 없다고 일찌감치 생각했으니까. 수완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없는 거 같기도 한데 묘하지.

Q. 국내 패션을 이끌어 온 디자이너로서 많은 선례를 남겨주면 좋겠다.
A. 디자이너는 모든 걸 다 해봐야 하는 거 같다. 질 샌더(Jil Sander)만 봐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거 같다. 그간 유니폼도 만들고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Estee Lauder)와 콜레보레이션 한 것도 그런 경험에 속할 거다. 판매와 제작, 디자인의 탄탄한 내부 구조를 갖춘 것도 경쟁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Q. 그간 “디자인은 여백”이라고 말해왔다. 지금도 변함없나.
A. 어린 아이들은 늘 양 손에 꽉 쥐고 있다. 거기에 하나를 더 주려고 하면 가진 하나를 내려놓곤 한다. 나는 그 버릴 수 있는 것, 어떻게 보면 다 갖지 않고 부족함을 지닌다는 것이 중요했던 거 같다. 늘 부족하게, 여백을 가져야 한다고 되뇌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2012 가을·겨울 컬렉션 화보

▲ 2012 가을·겨울 컬렉션 화보

원본보기 아이콘


Q. 국내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사라지면 보전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디자이너인 두 딸이 당신을 돕기도 하는데 그들이 당신의 브랜드를 이어가게 되는 걸까.
A. 지난 빅 박 컬렉션에서는 아이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때는 나의 멘토들이었다. 내가 수용하지 않던 음악도 전적으로 아이들 말을 따라 바꿨었고. 그랬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직은 아이들과 함께 할 시점은 아니다. 시장이 작고 또 그 안에 공룡이라 할 거대 기업이 있고. 그저 지금은 밀어주고 있다. 아직 20대 후반이니까. 깊이 박윤수라는 디자이너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도 없다. 아마도 각자 생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은 40대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후반전에 돌입해 부침 없이 끝까지 더 잘해내는 게 중요하다.

Q. 4월 7일 서울컬렉션 쇼 날짜가 잡혔다. 쇼를 준비하며 바쁠 시기인데 요즘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나.
A. 서울컬렉션이 목전인 요즘, 새삼 ‘내 것은 뭘까’를 생각한다. 20여 년 내 디자이너로서의 기록이 나를 말해주겠지만 색깔, 경쾌함 등등이 내 특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끝까지 내가 찾아가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늘 신인처럼 새로운 시즌을 스케치하면서 처음을 생각한다. 서울컬렉션에 함께한 진태옥, 설윤형, 지춘희 등등의 디자이너들. 나는 시작할 때 큰 사람들 옆에 있었다. ‘큰 나무 옆에 가면 죽는다는데 큰 사람 옆에 가면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채정선 기자 est@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