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자연과 가까운 '북유럽 디자인' 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뭘까. 나아가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은 뭘까. 혹한을 견딘 단단한 나무가 떠오르고 그것으로 만든 간결한 디자인의 탁자, 장난감, 의자 등이 먼저일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대량 생산 체제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는 듯한 것이 북유럽 디자인이다. 제법 흔해졌고 익숙해졌지만 그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쉬웠던 것도 사실. 북유럽 디자인 가구의 정수를 느낄 대형 전시가 3월부터 5월까지 이어진다. 디자인 가구 전문점에나 가야 볼 수 있던 북유럽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북유럽 디자인의 철학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시 기획자가 말했다. 과연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그들 철학은 무엇일까.

▲ 아르네 야콥슨의 7 시리즈 의자

▲ 아르네 야콥슨의 7 시리즈 의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북유럽 사회가 가진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 자연과의 공존을 강조하고 전통을 존중하며 이것들을 지키려 애쓴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존경심은 이전 세대에서 건너와 자신의 세대에서 더욱 견고해진 다음, 자식들에게로 이어진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태도가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체득한 삶의 태도. 디자이너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을 보는 시각에서 출발하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자연 가까이에서 창작욕을 출발시키고 깊이 동화되어 사물을 인지하고 바라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유리볼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연을 닮은 디자인이 곧 사람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이들이 사는 집 또한 돌과 나무,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로만 지어진 집들이 대부분이다. 긴 겨울을 보내고 2~3개월 머무는 이들의 ‘여름집’이 특히 그렇다. 그 안을 채우는 가구는 역시 대를 물려받은 것들. 만일 새로운 가구를 들여놓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온 가족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고민한다. 다시 대를 물려줘야 할 가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유럽 여느 집 안에는 집 안에는 대를 이어 물려받은 가구와 현대 디자인 가구가 함께 놓여 있다. 부엌을 채우는 그릇, 유리잔도 마찬가지다.

▲ 핀 율이 살던 집 내부(대림미술관 제공)

▲ 핀 율이 살던 집 내부(대림미술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 자연에서 온 디자인
북유럽 추운 지역에서 단단하게 자란 나무들은 우수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자산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디자인 가구숍 에이후스의 김근화 디자이너는 말한다. “국내에 들여왔을 때 기후가 다른 이유로 가구는 운반 과정에서 뒤틀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유럽 가구는 어지간해서는 뒤틀리는 일이 없다”고. 단지 재료가 우수해서만은 아니다. 북유럽 가구가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튼튼한 제품이 된 배경에는 오랜 전부터 목공예를 일상화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생활을 바꾸고 있을 때에도 북유럽 브랜드들은 현지에서 공급하는 재료와 현지인들의 손길로 만들어진다. 다소 가격이 높은 제품들이 있지만 오랫동안 즐겁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은 세계시장에서 비할 수 없는 경쟁력을 지니게 된다. 자신이 사용할 가구는 직접 만들어내던 사람들은 저렴한 대량 생산 제품보다 하나라도 정성으로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 체어(에이후스 제공)

▲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 체어(에이후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태도의 저변에는 북유럽 특유의 기후가 있다. 그곳은 햇빛이 드는 맑은 날보다 흐리고 우울한 날씨가 흔하다. 그래서 함께 모이는 시간보다는 각자의 감정을 다스리며 지내는 사적인 시간을 존중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정에서 식구들과 함께 하는 식사를 즐긴다. 자연스레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덕에 가구는 화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너무 많은 기능을 탑재할 필요도 없어졌다. 오래 보면 질리는 디자인이 아닌 그저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하고 튼튼한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북유럽 디자인은 별다른 장식 없이 소박한 디자인이다. 조명만 봐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는 화려한 제품들에 비하자면 북유럽 디자인은 작고 간결하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부엌 도구들과 식탁 위에 올라가는 제품 디자인 역시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이유로 소박하면서도 다양한, 견고한 디자인이 등장했다.

>> 일상적 디자인
북유럽 디자인은 간결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것이 특징이다. 기능이 형태의 미를 좌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학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까이 프랑크(Kaj Frank)가 만든 도자기 브랜드 이딸라(Iittala) 역시 기능적인 요소를 실천하는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 까이 프랑크가 만든 이딸라

▲ 까이 프랑크가 만든 이딸라

원본보기 아이콘


이딸라는 ‘일회성 반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우선은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어야 하며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딸라 제품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다른 도자기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핀란드 국민 누구나 사용한다는 이딸라는 세트로 구입하지 않아도 유용하다. 오래된 디자인과 새롭게 출시된 디자인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다분히 일상에 맞닿아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왜 북유럽 디자인이 주목받는가?
예술의 전당에서의 ‘핀란드 디자인’을 기획한 안애경의 저서 ‘북유럽 디자인’에는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북유럽 사람들은 그들 자연환경과 문화권 안에서 필연적으로 지니게 된 철학을 디자인에 담아 왔다. 아주 오랜 시간 그 철학을 이어오며 삶을 위한 실용적인 작업을 디자인으로 승화시켜 온 것이다. 길게 떠들지 않고도 용도를 알 수 있는 것, 쓰면 쓸수록 그 실용적인 가치를 깨닫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것, 곧 일상에서 질리지 않는 디자인의 본질이다.”

▲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 체어(에이후스 제공)

▲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 체어(에이후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오래도록 이어온 문화와 철학의 바탕은 외부의 변화에도 영향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자연을 향한 경외와 간결하면서도 내구성 있고 삶에 닿아 있는 디자인은 뿌리가 깊다. 에이후스의 김근화 디자이너는 덧붙인다.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사람들은 기계화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친환경과 자연을 소재로 한 가구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디자인 가구 중에서도 북유럽 가구가 가장 이와 잘 닿아 있다. 에이후스 고객들만 해도 견고하고 쓰면 쓸수록 실용적인 가구의 디자인에 매료되어 재 구입을 희망하곤 한다."

‘핀란드 디자인’을 기획한 안애경 기획자는 북유럽 디자인 전시가 주목받는 것에 대해 “꼭 어떤 흐름으로 생각하기 전에 우리 내부에 있던 향수가 발동한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조상들도 겸손하고 소박한 가구를 만들어 써 왔다”고 언급했다. 또 덧붙여 “디자인이 꼭 사치가 아니라는 것, 실용과 기능에 닿아 있으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민주주의적인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길 원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 한데 모인 핀란드 디자인(한가람디자인미술관 '핀란드 디자인' 전시 제공)

▲ 한데 모인 핀란드 디자인(한가람디자인미술관 '핀란드 디자인' 전시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채정선 기자 est@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