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한옥 정취 ‘흠뻑’ 정갈한 제철 밥상 ‘상큼’
도심 속 보물찾기② 인사동 정통한식집 ‘두레’
항상 제자리인 것만 같고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삶은 무료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숨을 고르게 쉬고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심 속 옛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인사동에 위치한 한옥집에서 정갈한 음식을 즐기며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아보자. 100년 된 한옥에서 정통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두레’에서의 멋스런 맛의 여행, 이제 출발이다.
인사동 골목길에 들어서 또 다시 골목 사이로 몇걸음 옮기다 보면 ‘두레’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옥집 특유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크기의 마당과 한옥의 고풍스러운 멋이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하다. 겨울이라 마당에는 볏짚 밖에 없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꽃을 ‘두레’ 이숙희 사장이 직접 가꾼단다.
봄의 풍경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신발을 벗고 들어가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앉는 순간 따뜻한 온돌의 기운에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 이곳은 특별히 개조를 하지 않은 덕분인지 옛것 그대로의 한옥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사장이 한지로 직접 만들었다는 전등 조명의 은은한 빛이 예스럽고 아늑한 느낌을 더한다.
한옥의 매력은 외국인에게도 그대로 통한단다. 이숙희 사장은 “예전에 스페인 왕족이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좌식 테이블이라 불편해 할 줄 알고 걱정했는데 따뜻하다며 아주 만족해했고, 식사를 한 후에도 오랜 시간 머물다 갔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두레’에서는 마당의 조경뿐 아니라 음식도 사계절을 표현하고 있다. 절식(節食)음식은 1년을 24절기로 나눠 그 계절에 맞는 특별한 음식을 내놓는다고 한다. ‘두레’는 절식에 맞춰 음식을 내놓으며 정통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히려 너무 정통이라 낯설다고 표현하는 손님도 없지 않다고 귀띔한다.
이 사장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안타깝다”며 “우리 것이 이제는 새로운 것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두레’ 음식은 깨끗한 자연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장의 말을 귀로 들으며, 과연 그런지 입으로 느껴보기로 했다.
먼저 10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라는 포항의 대표적인 채소류 ‘포항초 시금치’를 이용한 요리를 추천받았다. 시금치에는 활력을 주는 비타민뿐 만 아니라 엽산, 철분, 루테인이 많이 들어있다. 엽산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뇌혈관 질환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며 철분은 혈액에서 산소를 공급해주고, 루테인은 눈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게 ‘두레’ 측의 설명이다.
몸에 좋은 점뿐 아니라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있다. 싱싱한 시금치 특유의 초록색과 진한 핑크빛의 뿌리는 색감부터가 입맛을 자극한다. 한입 먹어보면 마치 설탕을 한 스푼 넣은 것 같은 단맛도 일품이다. 산지 이름을 따서 ‘포항초’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이 음식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특별하기에 푸성귀 이름에 산지 명칭을 앞세웠을까’ 싶지만 한 입 먹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밑간을 한 포항초 시금치에는 소불고기가 함께 제공돼 부드러운 시금치와 고기의 육즙이 조화를 이룬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에 살짝 간이 배어있어 쌀밥 한 술과 같이 먹으면 담백함이 혀끝에 전해져온다. 제철 요리를 이용한 한국적인 입맛을 강조하는 ‘두레’만의 묘미가 아닌듯 싶다.
이 사장은 이날 좋은 간재미가 들어왔다고 ‘간재미 무침’도 내놨다. 파, 배, 오이, 미나리, 무 등의 야채와 싱싱한 간재미를 새콤달콤하게 양념 고추장으로 버무려 맛을 낸 요리다.
가오리 종류인 간재미는 사철 잡히는 어종으로 대개 3∼6월까지를 제철로 친다. 두툼하게 살이 올라 오돌오돌 쫀득하게 씹히는 맛의 간재미와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주춤했던 겨울철 입맛을 다시 깨운다.
마지막으로 ‘연잎말이’를 입속으로 행차시켰다. 연잎 안에 채를 썰어 볶은 당근, 우엉, 버섯을 가지런히 세워서 말은 요리로, 연잎 특유의 향과 살짝 간이 밴 야채의 조화가 담백하다. 간장 간이 살짝 배어 있어 우리 입맛에 제격이다. 이외에도 고추 장아찌, 배추김치, 갓김치, 된장찌개, 고추 튀김 등 정갈한 밑반찬이 미각을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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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뉴는 2만4000원부터 12만5000원까지 있으며, 특별 두레상은 제철 최상급 재료로 손님의 기호에 따라 요리 메뉴가 결정된다. 다른 코스는 일부 메뉴가 제철 음식으로 바뀐다. 계절에 따라 어떤 요리를 먹게 될지 그날 들어오는 최상의 품질 메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니 ‘두레’는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해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정갈한 음식을 즐기며 조선시대 양반의 풍속도를 떠올려 본다. 바쁘게만 돌아가는 도심의 현란함 속에서 오늘도 맛의 보물 하나를 건졌다.
추천메뉴 ‘시금치 요리’ 1만8000원, ‘간재미 무침’ 2만8000원, ‘연잎말이’ 1만5000원
위치 서울 종로구 인사동4길 5-24
문의 (02)732-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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