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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탓에' 美통근거리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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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10대 도시에서 초장거리 통근자 약 115만명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취약해진 경기 탓에 미국에서 초장거리 통근자(super-commuter)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위해 먼 거리 이동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매일 아침 무려 300마일(483km) 거리를 이동하는 식품 서비스업체 아라마크의 한 임원의 출근 모습을 전했다. 올해 56세인 칼 스페어씨는 보스턴에 살지만 직장은 필라델피아에 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20분에 오렌지주스와 머핀을 손에 쥐고 보스턴의 로간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8시45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도착한 스페어씨는 40분짜리 통근 열차로 옮겨 탄다. 이렇게 해야만 그는 필라델피아 도심에 있는 아라마크 오피스타워 23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10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스페어씨의 출근 모습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이의 여행에 비유했다. 그만큼 멀고 고단한 출근이라는 것이다.

뉴욕대학교 도시정책학 교수 미첼 모스 교수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이 일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대학교 루딘센터의 모스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 도시에서 스페어씨와 같은 초장거리 통근자는 약 115만명 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초장거리 통근자가 급증한 이유는 경기 침체와 주택시장 붕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탓에 집 근처처럼 여건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게다가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집을 팔고 직장 근처로 이사하기도 어려워졌다.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이주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2006년 고점에 비해 33%나 낮은 상황이다.

결국 스페어씨처럼 직장을 위해 원거리 이동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스페어씨의 이전 직장은 보스턴 인근에 있는 선 라이프 파이낸셜이었다. 통근 시간은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어씨는 지난 2010년에 직장을 잃었고 보스턴 근처에서 직장을 잡기 위해 수 개월 동안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6개월 전 그는 아라마크에서 글로벌 인재 영입 부문 부사장 직을 제안받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스페어씨는 경기 침체가 미국인들의 삶을 얼마나 고단하게 만들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페어씨는 약 4만2100명으로 추산되는 필라델피아 지역 장거리 통근자 중 한 명이다. 모스 교수팀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약 7.3%가 스페어씨와 같은 초장거리 통근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초장거리 통근자의 숫자는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5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스턴 지역 초장거리 통근자의 숫자는 두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시애틀 지역 초장거리 통근자도 6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맨해튼 지역의 초장거리 통근자도 2002년 이후 60%나 늘어 5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맨해튼 근로자의 3% 수준이다.

피닉스 지역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8.6%에 해당하는 13만1000명이 초장거리 통근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초장거리 통근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텍사스로 무려 13%에 달하는 42만7000명이 초장거리 통근자였다.

댈러스와 포트워스에서 휴스턴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2002년 이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휴스턴에서 댈러스에서 거리는 무려 240마일에 달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하루 25번이나 휴스턴-댈러스간 노선을 운영하며 초장거리 통근자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오스틴과 샌안토니오에서 휴스턴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로스앤젤러스, 보스턴에서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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