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재산에 해당되는 주식을 인도해 달라며 소송을 낸 이후 연달아 터진 사건이란 점 자체가 흥미롭다. 미행의 배경과 함께 CJ그룹이 강경대응에 나선 배경도 의문스럽다.
이번 사건을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과 연결짓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으로서는 이재현 회장이 아버지인 이맹희씨와 별도로 접촉하고 있는지, 범 삼성가 관계자들과 별도의 만남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실제 재산 분할 소송이 범 삼성가로 이어질 경우 그룹 이미지는 물론, 지배구조마저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CJ의 추측대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번 일을 '사주'했다면 소송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측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이맹희 회장의 실질적인 소송 대리인이 이재현 회장일 것이라는 주변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CJ강경대응 배경은
CJ그룹이 삼성그룹측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송건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겉으로는 아버지인 이맹희씨의 소송이 그룹과 무관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삼성측의 미행을 간과할 경우 이를 용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속내에 대한 해석은 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재현 회장이 이번 소송에 관여돼 있고, 삼성측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이 회장을 미행한 것도 이 때문이란 관측이다.
이 해석이 맞을 경우 삼성에 대한 강경대응을 통해 본격적인 상속 소송에 대비 여론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삼성물산 직원이 미행했나
미행을 한 삼성의 김 모 차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감사팀 소속이다. 보안전문기업인 에스원이나 그룹 소속이 아닌 삼성물산 직원이 미행에 나선 이유 자체도 의문스러운 일이다.
항간에는 삼성그룹 내 정보팀이 삼성물산 소속이란 소문이 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 진다. 삼성그룹 소속이라는 점 자체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묵인 하에 이뤄졌다는 CJ그룹측 주장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는 삼성물산 직원을 고소할 때 이재현 회장 업무방해 혐의, CJ 김모 부장에 대한 상해 혐의를 문제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만 외부 용역 업체가 아닌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개입된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기밀을 요하는 사안이었을 경우 삼성그룹측에서 직접 나섰을 것이고 보안이 필요했다면 외부 용역 업체를 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의 시시비비는 경찰 조사를 통해 가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찰은 CJ가 23일 중 형사고발을 한다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명진규 기자 aeon@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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