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밤중에 농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배수로 구멍에 빠지는 바람에 턱과 코가 골절되고 치아가 7개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아직까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윤 씨를 대신해 그의 아내 차 모씨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인천 남동구청이 '사람 잡는 배수로'를 만들어 물의를 빚고 있다.
농로에서 농지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배수로 위를 덮어 달라는 농민들의 민원에 따른 조치였다.
문제는 배수로 덮개가 완전히 배수로를 덮는 게 아니라 사람이 빠질 정도로 큰 가로 세로 60cm 크기의 구멍이 숭숭 뚫리도록 설계가 됐다는 것이다. 구는 배수로 내 토사 준설을 쉽게 하고 불법주차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이같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 이같은 생각은 곧 통행자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 씨가 깜깜한 밤중에 이 도로를 달리던 중 구멍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빠져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이와 관련 윤 씨의 부인 차 씨는 "골절이 너무 심해서 일단 수술을 했지만 재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후유 장애가 어느 정도 있을 지도 모른다"며 "하도 답답해서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밝은 대낮에도 배수로 구멍이 잘 안보일 정도로 이상하게 공사를 해놨더라. 정말 사람을 잡으로 어이없는 공사를 해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씨는 이어 "남편이 친구랑 같이 갔길래 망정이지 자칫 생명을 잃을 뻔 했다"며 "구청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공사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농로이다 보니 배수로 시공 당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가로등이 없었던 이유는 작물 재배에 지장이 많다는 민원이 들어와 농지 주변에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가 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콘크리트로 배수로의 구멍을 막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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