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어휘는 그 어떤 언어보다 풍부했다. 친구를 일컫는 말인 '나의 슬픔을 그의 등에 지고 가는 사람'에 담긴 서정성과 인간미를 보면 알 수 있다. 인디언들은 달력을 만들 때도 그 주위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포착해 그 달의 이름을 지었다. 크리크족에게 12월은 '침묵하는 달'이었으며, 퐁카족은 '무소유의 달'로 불렀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자(孔子)가 살았던 집안에는 탐(貪)이라는 상상 속의 괴물이 그려진 걸개그림이 있었다고 한다. 이 괴수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물과 흙, 광물 등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먹어 치워 몸이 거대해지고 커진 몸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먹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과 생명들과 태양까지 먹어 치운 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지자 이 괴물은 자기 몸을 뜯어 먹는다. 제 몸을 다 뜯어 먹고 나자 남은 것은 무(無)와 어둠뿐이었다. 이 걸개그림이 탐욕을 경계하라는 공자 집안의 가훈이었던 셈이다.
부유층에게 공자의 가르침은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요구이다.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자산을 기부한 것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등은 부자들이 고통분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자신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 등 전 세계로 이런 분위기들이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도 공정사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문은 '조세 부문(27.8%)'이라고 응답을 했다. 취업 부문이 25.2%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우리 중산층의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복지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디언들에게 1월은 '마음 깊이 머무는 달'이다. 새해 새로운 희망과 계획을 긴 호흡으로 마음 깊이 차분하고 확실하게 시작하는 임진년 1월이 되었으면 한다.
우기종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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