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의사는 문진에 근거해 간단한 진찰을 시작하고 초기 진찰에서 병증이 의심스러우면 좀 더 세밀한 진료를 하게 된다. 생태계는 문진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보내는 시각적인 사인을 보고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먼저 판단하게 된다. 적조현상이나 백화현상과 같이 바다 색깔이 변하는 것이 그 예다. 때에 따라 연안습지의 감소, 토착종의 소멸 등과 같은 이상 증상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해양생태계의 이상 증상이 사람의 눈으로 감지된다면 이미 생태계의 건강성은 심각하게 악화된 후라는 것이다. 따라서 해양생태계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사람처럼 정기적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또한 해양생태계 건강성 평가 결과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된다면 건강한 해양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해양생태계건강지수(Marine Ecosystem Health IndexㆍMEHI)로 건강한 정도를 표현해 누구나 쉽게 해양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건강스코어라 하여 A에서 D까지 차등을 두어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인 만큼 건강성 평가 결과를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한다면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소식지 발간 등을 통해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남해특별관리해역 관리를 위한 해양생태계 건강지수 개발' 연구사업 수행을 통해 일부 연안 지역의 해양생태계 건강성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 국한된 연구 결과만 가지고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해양생태계 이상현상에 대처할 수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해양생태계 건강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영옥 해양연구원 남해특성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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