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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귀를 막은들 종소리가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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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그 해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주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온 교수신문이 올해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을 뽑았다고 밝혔다. 직역하면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의역하면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이 듣기 싫어 자기 귀를 막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다. 추천된 사자성어 30개 중 5개를 추려내어 대학교수들에게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고르게 했더니 응답한 304명 중 37%가 '엄이도종'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26%는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라는 뜻의 '여랑목양(如狼牧羊)', 21%는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을 선택했다.

대표적 지식인 집단인 대학교수들이 '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하니 그들의 사회감각이 아직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음을 자기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데 짐짓 떳떳한 척하거나 모르는 체하는 누구누구의 모습이 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주요 정치인과 고위 관료를 비롯해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이들 가운데 누구누구가 그런 모습으로 비치는지를 국민 모두가 다 아는데 당사자들은 헛기침을 하며 먼 산만 바라본다.
엄이도종은 '소통 부재'와 '염치 상실'의 뜻을 내포한 말이다. 사실 올 한 해 정부의 행위나 정책에 대한 의혹이 일었을 때 정부가 해명을 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국민의 목소리를 아예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현 정부는 말로만 소통을 앞세운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거듭해서 들어야 했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고의적인 비행이든 어쩌다 저지른 실수든 그 잘못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거나 자기가 옳다고 우기기만 하는 태도를 두고 우리는 '염치가 없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강행 처리와 폭력 사태, 이를 빌미로 한 국회의 공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한 어정쩡한 수사, 4대강 사업의 환경 문제와 낭비적 요소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는 태도,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사전ㆍ사후 조치 미흡과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얼버무림 등이 소통 부재와 염치 상실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새해에는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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