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자 지역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다룬 4월 25일 지역 언론 기사에 경악했다. 공익을 위해 보장된 언론자유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보도의 취지, 방향, 시점에서 의문을 가지면서 공식 대응에 앞서, 먼저 반박 기고문을 올린다.


1. 지역발전을 위한 대의(大義)에서 한참 벗어났다.

2023년 3월 거창군과 대한적십자사는 협약을 체결하고 '부지조성은 거창군, 병원 이전은 적십자사'로 역할 분담을 하고, 하루빨리 지역 필수 의료를 해결하자는데 합의했다.

이 협약은 정부의 전국 70개 중 진료권 분류에 따라 거창 진료권(거창·함양·합천)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기로 한 것의 후속 조치다. 거창 진료권은 70개 중 진료권 중에서도 유일하게 종합병원이 없는 진료권으로, 의료공급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이라는 점을 우선 고려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인구 150만 명 규모의 주변 도시는 대전, 광주를 꼽을 수 있지만, 이들 지역의 의료전달체계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이 균형을 갖춘 지역으로 거창 진료권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인구가 부족한데 우리 스스로 운영 문제, 종합병원의 필요성, 병상 수의 적정성에 대한 지적은 과연 타당한가? 서울대학교 병원도 연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낸다. 얼핏 지적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사실은 간과했다. 패배를 자초하면서 스스로 고개를 떨구게 만드는 지적이다. 이제 거창도 고개를 좀 들자.


의료취약 부분 개선을 위한 하동군의 피눈물 나는 노력은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하동군은 현재의 거창적십자병원 절반 규모인 7개 과 40병상의 보건의료원 건립을 위해 345억원을 투입하고 군의 행·재정력을 몇 년째 집중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의 대상 사업은 거창적십자병원 이전신축사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적십자병원은 의료복지타운 내 핵심 시설일 뿐 전혀 별개의 사업이다. 공공산후조리원, 육아드림센터, 기타시설들도 예타와 무관하고 각각 별개의 사업이다.


2. 예타사업의 기본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 부족

국비 300억, 총사업비 500억이 넘으면 예타대상 사업이 된다. 절차는 ①신청 ②선정 ③조사 ④타당성 분석 순으로 진행된다. ②, ③, ④는 기획예산처가 주관 부처이고, ①은 개별 중앙부처들이 주관이다.


모든 단계에서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부지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의 문제다. 국비 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부지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예타는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공공병원은 더욱 그렇다.


①번 신청단계의 주관부처는 보건복지부다. 우선순위에 들기 위해 각 지방 정부들은 이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한다. 각 시·도가 주체인 지방의료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적십자병원이 경쟁의 주체다. 거창적십자병원은 서울, 인천, 울산, 전남, 강원 등의 지방의료원과 상주시, 통영시 적십자병원과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을 했다. 여기에서 의료여건, 부지확보, 행정절차 등이 주요 기준으로 작동한다.


②선정단계에서는 기획예산처 내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한다. 타당성, 규모, 의료여건, 부지확보, 행정절차 등의 심의를 거쳤고, 거창적십자병원은 2024년 8월에 선정되었다. ③조사단계는 기획예산처가 통상 KDI 등을 수행기관으로 지정한다. 이 단계에서 '비수도권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이 30~45%, 정책성이 25~40%, 지역 균형발전이 30~40%가 반영된다.


①~③번에서 기획예산처는 부지의 개발계획의 반영기준을 '실시계획 승인 및 이후 단계'로 명시하고 있다. 의료복지타운은 2025. 8. 27. 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이후 단계를 진행 중이다.


3. 정치적 유불리를 떠난 지역문제 해결 동참 요청

필자는 한 달 전쯤, 민주당 도의원 출마예정자였던 김태경 예비후보, 신미정 군의원과 두 차례의 면담을 가졌다. 신성범 정보위원장실과는 수시로 소통하면서 예타 통과를 위해 중앙정부를 꾸준하게 설득해오던 터였다.


지역의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 간 유불리를 앞세우면 어렵다. 지역 최대 현안 해결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취지에 공감한 두 전·현직 의원은 "발 벗고 나서겠다. 중앙당에 지역 현안으로 올려서 최우선 해결 과제에 넣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후 활동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기도 했다.


개인 간, 정당 간, 지역 간 이해를 넘어 힘을 합치더라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지역소멸,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노인/청년/출산 문제들이 그렇다. 역사적으로는 연횡책(連橫策)이 합종책(合從策)을 이기고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전례도 있지만, 통합(統合)이 이간(離間)을 이기는 일은 현실에서는 드물고도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는 말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에 지칠 틈이 없다.


4. 기사의 어디에도 지역의료, 지역발전을 걱정하는 논점은 보이지 않는다

기사에서 언급한 "절차 역주행, 사업 결정 구조, 책임 주체, 불확실성, 병상 수, 운영, 재원확보 전 사업 진행, 예타보다 먼저 풀어야 할 문제"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모두 예타 수행에서 논의되고 포함된 의제들이다.


무엇보다 예타 통과를 위해 지역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솔직히 부족함을 느낀다. 숱한 보도자료 제공과 읍면 이장 회의를 누비면서 주민들에게 알려도 여전히 가닿지 못한 것 같다. 비교적 정보 접근성이 높은 언론조차 이해시키지 못했다면 사업추진 실무 책임자인 필자의 잘못이 크다.


의료취약 개선을 위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분들의 협조와 지원을 알기에 맥은 풀리지만, 없던 힘도 짜내야 할 시점인지라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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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청 전략담당관 이남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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