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북한, 왜 조문 안받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의위원회가 외국 조문단 방문을 거부했다.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장의위원회 공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17일부터 29일까지 13일 동안을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으로 정하지만 영결식 때 외국조문단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필두로 232명에 달하는 장의위원이 중심이 돼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 이는 외부 조문객들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던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비슷한 사례다.
이번 북한의 외국 조문단 거절은 김정일 사망에 따라 비상 사태를 맞은 북한 내부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결정으로 보인다.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수의 조문단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일일이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관리상의 문제도 있지만, 외국의 조문 사절들이 오면 북한 사회의 폐쇄적인 내부 취약성이 외부로 노출돼 북한 사회가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속사정이다. 철저히 비공개와 비노출 전략으로 북한 내부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김정은으로의 권력 안착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의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김일성 사망 시 북한은 한국이 아닌 재외동포들의 요청에 따라 조문단을 받겠다고 번복한 적이 있어 이후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김정일의 사망을 접한 외부의 간청으로 어쩔 수 없이 조문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정일 사망 이틀 뒤 이를 외부에 공식 발표한 것을 두고 북한이 김일성 사망 시의 전례를 살펴보고 충분히 준비를 한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김일성 사망 시와 동일하게 외부의 요청 때문에 조문객을 수용했다는 것으로 몰고 가 김정일ㆍ김정은 신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해외 조문객을 수용하면 조문과 관련해 국내 갈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노무현ㆍ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시 김정일이 국내에 조화와 조문단을 보냈으므로 우리도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주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절대 북한에 조문객을 파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하고 향후 전개될 동북아의 조문정국을 예의주시하면서 조문단 파견 문제를 심사숙고해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조문 문제가 자칫 남(南)-남(南) 갈등의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해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