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 중기청장 "왕캐피탈을 아시나요"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왕캐피탈을 아시나요"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사진)이 13일 출입기자들과의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과거 벤처 붐 시절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우리나라 벤처지원정책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벤처정책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송 청장이 1990년대 후반 중기청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얘기다. 중기청 출신의 첫 토종 청장으로 취임한 감회가 그의 젊은 시절 추억으로 남은 일들을 생각나게 한 것이다.
송 청장은 김영삼 정권 말 중기청에서 창업지원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란 보고서를 만들어 국내 벤처지원정책의 기획과 수립, 집행 등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90년대 후반 한 무리의 건장한 청년들이 송 청장을 만나러 청에 찾아왔다.
"저랑 같이 근무하던 사무관이 저에게 급하게 달려오더니 큰일이 났다는 겁니다. 조폭들이 찾아왔다는 것이었죠. 청에 조폭들이 몰려왔으니 당연히 난리가 났죠. 나중에 알고 보니 벤처기업에 돈을 대는 벤처캐피탈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저에게 부탁을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벤처캐피털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했다. 회사 이름은 자신들이 최고라는 의미를 담아 '왕캐피탈'로 정했다. 조폭다운 발상이었다. 송 청장은 상호를 바꾸기를 권유했고 일주일 정도 지나 이들은 다시 그를 찾아왔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새롭게 준비한 이름을 공개했다. '킹(King)캐피탈'이다. 결국 킹캐피탈로 청에 등록됐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킹캐피탈은 결국 2년도 못 넘기고 문을 닫았다.
송 청장은 코스닥을 처음 개설할 때의 웃지못할 이야기도 꺼냈다. 사람들에게 코스닥이란 이름조차 생소했던 90년대, 송 청장은 청와대에 코스닥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들어간다. 경제수석을 만나기 전, 한 행정관이 보고서를 보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코스닥은 코닥의 관계사인가봐요. (코닥에) 무슨 일이 있나요." 그 행정관은 코스닥을 카메라 필름으로 잘 알려진 기업인 코닥과 관련된 회사로 알았던 것이다. 코스닥이란 것이 지금만큼 익숙하지 않았을 때의 에피소드다.
송 청장은 골프백 아주머니의 사연도 말했다.
"벤처 붐으로 묻지마 투자가 한창이던 때에 어떤 아주머니가 서울지방청 관할로 사용하던 한 사무실에 골프백을 놓고 갔다는 것입니다. 담당자가 골프백을 열어보니 현금 다발이 꽉 채워져 있었는데 3억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주머니가 엔젤투자에 써달라고 두고 간 돈이었죠."
송 청장은 아주머니를 설득시켜 통장에 안전하게 돈을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묻지마 투자에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송 청장은 옛 일들을 회상하며 벤처 붐이 다시 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바른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고 아낌없이 지원한다면 국내 벤처들이 강소기업으로 지속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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