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처음부터 독자생존, 올해 손익분기점 넘는다"
저비용항공사 첫 2년 연속 흑자 눈앞
2015년 매출 4500억·영업익 350억 달성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스스로 절벽에 서지 않는 한 생존 에너지는 나오지 않더라. '철저한 독자생존'. 모회사와의 인연을 끊는다는 각오로 일했다." 흰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60대 전문경영인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어느덧 출범 4년차. 초기 3년이 지나면 반드시 순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는 이미 지난해 한발 앞서 달성했다. 올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2년 연속 흑자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회사 설립 후 총 누적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고 흑자로 돌아서는 최초의 LCC가 된다.
'청바지 입는 객실승무원'으로 알려진 진에어, 그리고 출범부터 지금까지 진에어를 진두지휘하는 김재건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강서구에 위치한 진에어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진에어가 진정한 내실로 대한민국 LCC업계의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의 자신감은 당당한 실적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에어부산과 함께 LCC 최초 흑자를 달성한 진에어는 올해도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2년 연속 흑자 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1242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며 "당초 목표보다 실적이 좋게 나와 연말까지 매출액 1600억원, 영업이익 13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올 초 세운 목표치인 매출액 1517억원, 6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출범 시기가 엇비슷한 국내 타 LCC들과 비교해도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단연 우수한 성적이다.
"매출액 보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내실 경영이 진짜 회사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내년에 매출액 2100억원, 영업이익 150~2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는 2015년까지 항공기 15대를 확보하고 매출 4000~4500억원, 영업이익 300~350억원의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정기 노선 확대 등 공격 경영=진에어는 현재 방콕, 괌, 클락, 마카오, 상하이, 삿포로, 세부 등 7개 도시로 운항중인 국제선 정기노선을 내년까지 1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이달 말부터 인천~홍콩노선의 운항을 개시하는 한편 총 15개 도시에 운항해온 부정기 노선개발도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내년에도 중국, 일본, 동남아지역에 3~4개 정기노선을 취항할 것"이라며 "그동안 토대마련에 주력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노선 다양화 등을 통해 양적성장과 질적 내실을 다질 단계"라고 언급했다. 그는 "항공기는 매년 2대씩만 들인다는 방침"이라며 "오는 12월에 7호기가 도입된다"고 덧붙였다.
대형항공사와 LCC가 각축전을 벌이는 치열한 하늘길 전쟁에서 진에어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대폭적인 지원이 배경이라는 시각에 김 대표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이미 알려진대로 글로벌 대형항공사들이 LCC를 출범시켜 실패한 사례가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대형항공사에서 출범한 타 글로벌 LCC들과 달리, (대형항공사의 문화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했다"며 "철저한 독자생존의 철학이 바로 진에어의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절벽에 서지 않는 한 생존 에너지는 나오지 않더라"며 미소지었다.
그가 언급한 생존 에너지의 배경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우선 고도의 정비기술과 운항승무원 훈련을 꼽았다. 그는 "정비 등 안전과 관련된 부문은 진에어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아웃소싱 형태로 투자해 대한항공과 동일한 수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버린 것은 고임금, 세분화된 업무분장, 후생복리, 복잡한 의사결정 등이다. 타 항공사와 달리 객실승무원의 복장을 캡모자에 청바지, 스니커즈로 단순ㆍ차별화한 특징도 눈에 띈다. 김 대표는 "진에어는 1인이 3~4가지 업무를 동시에 해야한다"며 "우리 객실승무원들은 청바지 차림으로 기내 청소를 직접 하고 있지 않냐.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2년 연속 흑자 발판삼아 성장 교두보 확보=김 대표는 LCC의 주요 과제로 첫째 안전, 둘째 비용을 꼽았다. 이는 타 LCC와 차별화된 진에어를 견인한 원동력이다. 그는 "다수 LCC들이 비행기만 띄우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며 "철저한 노선분석, 판매계획 수립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비용절감'이 우선 과제인 LCC의 경우,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양적 욕심이 앞서 필요없는 기자재를 들이기보다는 서서히 단계를 밟아가며 100% 효율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운영 중인 기존 노선에서는 LCC가 '가격'으로 승부해야 해 이익을 얻기 힘들다며 신규 노선 개설을 통한 이익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와 올해 진에어의 최대과제가 블루오션 찾기인 것은 그래서다. 그는 "중국 등지에 대형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노선을 부정기편으로 운영해 현지수요를 확보하고 외화획득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대한항공에 입사한 김 대표가 LCC부문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7년 대한항공이 LCC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부터다. 초기 TF의 리더로 차출됐을 때만해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그는 "본격적으로 맡고부터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도 없이 바빴다"고 털어놨다. 10명 안팎의 인원이 사무실 복도에서 머리를 맞대며 산파역할을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건만, 어느덧 첫 운항을 시작한지도 3년이 넘었다.
진에어가 김포~제주노선에 첫 비행기를 띄운 날이 지난 2008년 7월17일. 2년 후인 2009년 12월 21일에는 인천~방콕노선을 개시하며 국제선을 출범했다. 늘어나는 노선만큼 초기 30여명에 불과했던 진에어의 직원 역시 300여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김대표는 "출범 2년차까지는 안전과 실용성을 추구하며 모범적인 LCC로서의 토대를 닦는데 주력했다"며 "4년차인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객의 30~40%는 실용을 추구하는 고객들"이라며 "이들의 욕구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답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대담=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리=조슬기나 기자 seul@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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