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수년간 인기를 끌던 아파트 최고층(탑층)의 인기가 다시 시들해지고 있다. 2006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며 탑층은 '재발견'이라는 키워드가 어울릴 만큼 주목을 받았었다. 일단 조망권이 확보됐을 뿐 아니라 층간 소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프리미엄을 높이기 위해 복층설계와 서비스면적 제공 등의 혜택을 줘가며 탑층을 '로열층'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로열층 대우를 받던 탑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급락하며 조금씩 인기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싼 저층이나 탑층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의 다른 로열층을 찾고 있다. 탑층이 다시 찬밥신세가 된 것이다.


탑층의 인기가 시들해진 주요 원인은 두가지다. 우선 주거환경의 불편함을 들수 있다. 탑층은 아파트 옥상바닥의 갈라진 틈을 따라 빗물이 새는 등 누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의 클레임 단골사례로 옥상의 누수문제가 거론된다.

단열 등 시공기술이 좋아졌다곤 하나 아직 완전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아파트 옥상 구조가 'ㅅ'자형의 경사방식인 곳보다 평탄한 평면 구조일 때 더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여름에는 태양열을 전도해 집안이 더울뿐 아니라 겨울에는 바로 윗층의 난방으로 인한 온기를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난방비가 더 든다는게 입주민들의 불만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평수로 갈수록 이같은 집안 온도 문제가 더 크다.


한 공인중개사는 "탑층이라고 소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며 "층간소음에 비할 건 아니지만 아파트 내부 구조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신호음이나 지상의 소음이 울려서 최상층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로열층과의 가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탑층의 몰락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로열층은 아파트의 최상층 바로 밑층부터 아래로 20%정도에 있는 층을 말한다. 탑층과 로열층과의 집값 차이는 2006년 이후 크게 좁혀졌다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실제 거래금액도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의하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의 경우 집값이 치솟던 2006년에 최고층인 14층의 평균매매가 11억원이었다. 같은 아파트 10층의 10억8000만원과 비교해 2000만원 가량 오히려 비쌌다. 그러나 2009년에는 14층이 9억6500만원이고 10층이 10억원으로 가격이 역전되더니 올 8월 거래에선 14층이 9억원, 11층이 9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도봉구 한신아파트 전용85㎡ 역시 2006년에는 최상층인 17층과 중간층인 11층사이의 가격차가 2억4500만~2억5000만원 사이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된 최저 거래가격은 17층이 2억7500만원, 11층이 3억500만원으로 30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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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가격차가 덜하다. 2003년 완공한 부산해운대 센텀 센시빌도 최상층인 25층의 집값이 로열층과 비슷한 3억~3억2000만원대이다. 올해 첫 입주가구를 맞이한 김포한강신도시의 아파트 가격대도 서비스면적 등의 프리미엄을 안고 다른 로열층과의 가격차가 크지 않다. 김포 우남퍼스트빌 전용 114㎡는 복층설계 등의 장점을 안고 톱층과 로열층 둘다 4억2000만원대로 거의 시세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기존의 탑층과 비슷하게 지어서는 수요자의 눈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망권과 고급스러움 등을 강조한 팬트하우스식으로의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부산 두산제니스 꼭대기층인 72층을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 요트경기장, 동백섬 등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슈퍼펜트하우스로 설계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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