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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으로 대체하자'는 안일한 생각, 화(禍)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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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국가 입김 휘달리는 베트남 목재시장 가보니
일부제품 수입의존도 70%…"기간산업 자립도 절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베트남은 목재자원 부국(富國)이다. 그러나 목재산업으로 따지면 '변방 중의 변방'이다.
원인은 지나친 수입의존도에 있다.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기보다는 중국 등 인근 국가로부터 목재가공제품을 그대로 수입해 쓰는 방식이 고착화된 탓이다. 베트남 목재산업이 처한 현실은 수입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목재산업에도 주는 교훈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트남 시장상황을 보면 가구나 건축자재를 만들 때 쓰이는 중밀도섬유판(MDF)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70%에 육박한다. 현지 업계에서 추정하는 연간 MDF거래규모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56만㎥. 이 가운데 자국 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물량이 16만㎥며 나머지 40만㎥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가장 큰 수입처인 중국이 해외로 나가는 MDF에 대해 가격이나 물량을 통제하는 일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연중 가격변동폭이 워낙 크고 수급이 불안정해 관련산업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
베트남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최근 들어 자국 내 생산설비를 확충하거나 해외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국내 최대 목재기업인 동화기업이 베트남 러버 그룹(Vietnam Rubber Group, VRG)과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의 MDF공장을 짓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 회사는 수상직속의 국가투자기업으로 베트남 남동부 조림지 절반 이상을 직접 소유한 곳이다.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쩌우 VRG 부사장은 "베트남은 풍부한 나무자원을 갖고 있지만 MDF생산설비와 기술이 부족해 늘어나는 자국 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동화기업과의 이번 프로젝트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정부의 의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처한 조건이 정반대인 국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목재산업은 가용자원은 없지만 일찍이 축적된 가공기술과 풍부한 생산설비를 밑바탕으로 수요를 대부분 자체 충당해왔다.

그러나 산업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60, 70년대까지 국내 최대 수출업종이었던 목재산업은 이후 환경변화에 맞물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한다. 동명목재·선창산업 등 한때 재계순위 10위권 내 목재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하던 적도 있었으나 90년대 이후 대형업체 서너곳을 제외하곤 자취를 감췄을 정도.

한국합판보드협회 정하현 이사는 "나무가 풍부한 동남아시아 국가가 자국 내 목재산업을 직접 육성하기 시작한 동시에 환경문제로 제약을 받으면서 국내 목재산업은 크게 위축됐고 수입산 제품이 물밀듯 들어왔다"고 말했다.

국내 목재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이 높은 품목은 파티클보드(PB)다. 나무를 잘개 쪼갠 후 합성소재를 첨가해 만드는 제품으로 가구나 전자제품 케이스 등에 쓰인다. 업계에서는 시중에 쓰이는 PB 가운데 절반 정도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저가제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저도 정부가 지난 2009년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는 PB제품에 대해 덤핑방지 관세를 매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 이사는 "동남아 국가들이 2000년대 중반 무분별하게 PB설비를 증설하고 수출에 나서 국내를 비롯해 인근 국가 PB산업은 큰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간 불법무역행위에 제재를 가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PB제조과정에 쓰이는 요소제품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 이미 가시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요소시장을 양분하던 남해화학·삼성정밀화학이 최근 요소생산을 중단하면서 대부분을 중국서 수입해 쓰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가 각종 세금을 부과하면서 가격통제에 나선 것이다.

국내 보드업계 한 관계자는 "원목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데다 요소사용이 집중되는 농번기에는 중국정부가 수출세 100%를 추가로 부과하는 등 국내 보드업계 전반적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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