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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거마 대학생을 비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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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수 KBS2 밤 11시 15분
불법 다단계에 빠진 대학생들이라는 주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10년 전, 4년 전에도 사건의 이름만 바꿔 달며 반복되어 온 다단계 사기의 2011년 판 ‘거마 대학생’ 사건을 다루는 <추적 60분>의 르포는 딱 예상한 만큼의 화면을 보여준다. 상대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포섭 시나리오를 들이미는 중간 관리자, 친구들을 회사에 끌어들이며 스스로 공범이 되어 버리는 대학생들, 빚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 기약 없는 내일에 대한 공포를 먹이 삼아 전진하는 다단계 사기는 그 끝이 정해져 있다. 사기 수법은 더 간교해졌을지언정,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하등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 바로 본질일지도 모른다. 뻔한 사기에 속는 대학생들을 어리석다 비판하고, 불법 다단계 업체들을 비난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추적 60분>은 대학생들에게 다단계 사기보다 더 강건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 하는 왜곡된 사회구조라는 근본 원인을 바라본다. 간신히 다단계에서 아들을 탈출시킨 어머니가 “아무 일도 없는 듯 생활하려고 하니 취재하지 말아달라”며 취재를 거부할 때, <추적 60분>은 설득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열악한 합숙소에 대한 선정적인 증언 한 마디를 더 얻는 것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추적 60분>은 다단계 사기의 늪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이 왜 다단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가를 말한다.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으니까 이거라도 하자, 그냥 갈 데 없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사지로 걸어 들어간 피해자들은 “사회가 이렇게 만드는 거 같아요. 거기에서 할 수밖에 없게”라 토로한다. 10년간 같은 병이 재발한다면, 무턱대고 환부만 도려낼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10여 년 간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건 대학생들의 불안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추적 60분>의 클로징 멘트가 반가웠던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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