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위기대책회의 내주부터 가동...정부, 재정위기 전방위대응모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진우 기자, 박현준 기자]유럽 재정위기로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정부가 비상,위기 카드를 1년만에 꺼내들었다. 다음부주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으로 정상체제로 복귀했던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대책회의가 비상경제대책회의로,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부활된다.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사실상 경제의 전시(戰時)상황으로 판단함에 따라 정부는 부처합동, 각부처간 거시,실물경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컨틴전시플랜을 통해 적기,적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재정부는 거시경제의 위기가 실물로 전이된다고 판단할 경우 4.5%의 성장률, 1070원의 환율을 기준으로 짠 2012년도 예산안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민경제대책회의가 비상경제대책회의로 전환 운영될 예정이므로 경제정책조정회의도 다음 주부터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관계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상항을 적극 발굴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경제부처가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열 달 만이다. 위기관리대책회의는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의 전운이 고조됐던 2008년 7월부터 시작돼 지난해 12월까지 2년6개월간 총 82번의 회의에서 238개의 안건이 상정됐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경제부처간 긴밀한 협조 속에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 배경에 위기관리대책회의가 있었다.
박 장관은 27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글로벌 재정위기 파문으로 급격하게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누구도 파장을 예단할 수 없다"면서 "나중에 위기가 실제로 도래하면 성장률 등을 재측정해서 예산안을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지금까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에 예산이 크게 팽창했는데, 그것은 사실은 마약과 같은 것이다. 국가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유혹을 받지 않도록 과감하게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갖고 비상체제로 전환해 경제 상황을 점검해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내주부터 월2회 개최하던 국민경제대책회의를 1년여 만에 비상경제대책회의로 환원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 사상 초유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한 뒤,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상황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다 지난해 9월 국민경제대책회의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열지 않고 논의 주제를 금융과 환율, 재정 상황 등에 집중키로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매우 심각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경제 상태를 볼 때 벼랑 끝에 있는 심정"이라면서 "그리스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얘기도 나오는데 그러면 유럽이 감당할지 아무도 모르고, 우리도 조심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초긴장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현재와 향후 경제상화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확산은 차단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주가를 비롯해 경제지표는 심리적 요인이 많다"면서 "위기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되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각 부처와 청와대가 국민에게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재완 장관도 "정부는 글로벌 재정위기 파장에 대비해 3차 방어선까지 든든히 마련하고 있다. 최정예 부대가 지키고 있는 만큼 근거없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의 여파로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언급한 '3차 방어선'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재정부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튼튼하게 구축했다는 의미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부정적인 지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긍정적 지표에는 의구심을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가세해 자칫'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우리가 오히려 증폭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유럽 재정위기 동향과 관련해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재정부는 일찌감치 유럽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에 대비한 3단계 컨틴전시 플랜의 초안을 지난 5월 작성한 뒤 상황 전개에 따라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진우 기자 bongo79@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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