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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대학에 재정 자율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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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교육에 대한 국가 부담을 늘려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만 5세 무상교육, 무상급식, 그리고 반값 대학등록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육비, 급식비, 등록금 등 그동안 학부모에 의존하던 교육비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교육 기회의 평등을 기하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 대체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지원 범위와 방식을 놓고 이념대립을 빚은 데 이어 서울시장이 퇴진하는 정치사건으로 변질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교육비 부담을 확대하는 문제는 역대 정부도 심혈을 기울였던 정책 과제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그동안의 논의 과정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논의 주도권이 행정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 갔다는 점이다. YS정부 시절의 'GNP 5%', DJ정부 시절의 '교육여건 개선 사업' 등 대규모 교육재정이 소요된 사업은 돈줄을 쥐고 있는 행정부가 주도했다. 이에 반해 최근의 논의는 정치권이 주도권을 행사하다 보니 표를 의식한 단기적이고 인기영합적인 논의로 흐른다는 비판의 소리가 크다. 정치가들은 임기가 짧아 임기 내에 성과를 보이려고 하는 바람에 가까운 미래에 생기는 편익에 집착한 나머지 미래에 생기는 비용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기 쉽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한 펠드슈타인은 이런 현상을 '정치과정의 근시안(myopia)'이라 부르고 경계한 바 있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재정 지원의 목적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학생에게 교육비를 보조하다 보니 누구에게 혜택을 줄까 하는 수혜자 선별 기준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다. 선정 기준이 너무 후하면 재정 낭비가 되고 너무 박하면 돈 주고 욕먹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재정 투자를 확대해 국민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은 좋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교육 서비스의 질 문제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살펴보자. 등록금을 반으로 내린다는 선거 공약과 주장은 애당초 잘못된 발상이었다. 등록금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학생들이 지불하는 대가이므로 가격규제는 필연적으로 교육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미국 대학의 교육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뉴스위크지는 그 성공 비결을 우수 학생과 교수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탄탄한 대학 재정을 들고 있다. 유명 사립대학들은 높은 등록금을 받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고 잡아 이들에게 자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대학 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비싸지만 한편으로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고 정부 부담도 OECD 평균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정부재정을 늘려 학부모 부담을 줄이라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 대학교육경쟁력 순위 2010년 57위로 추락한 대학교육을 살리고 세계 13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세계적인 대학의 육성을 위해서는 대학교육에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최근 1조5000억원을 등록금 경감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고등교육예산이 약 6조원임을 감안할 때 매우 큰 규모다. 하지만 전체 학생 평균 5% 수준의 명목 등록금 인하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대학의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규제 철폐가 요구된다. 등록금 책정, 재정 운영, 학생 선발 등에 관해 대학에 자율권을 더 부여하고 어려운 학생에게 파격적인 장학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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