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있지만 이자 내느라 급급한 '하우스푸어' 200만 가구들은 오늘도 팍팍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A씨 같은 하우스푸어들은 이미 200만 가구 400여만 명에 달한다. 전국 1734만 가구의 11.52%가 하우스 푸어로, 전국민 10명 중 1명이 넘는다. "투기하려고 빚내서 집 샀으니 알아서 책임져라"는 비아냥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하우스푸어들은 투기꾼들이 아니다. 실제 최근 조사 결과 국민 83.65%가 내 집 마련이 필요하며, 이중 93.09%는 '주거 안정 차원'에서 반드시 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리 저리 이사가 잦으면 본인이나 자식의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전세난민'으로 전락해 수도권 이곳 저곳에서 떠돈다. 전셋값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3년째 상승하며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다. 전세입자들은 평균 2년치 월급을 모은 것보다도 더 뛰어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느라 쩔쩔매고 있다. 최대 1억~2억 원 씩 올려달라는 집 주인들의 요구에 은행으로 달려가 급전을 빌리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은행들의 가계 대출 제한 조치에 눈물을 머금고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ㆍ대부업체에 손을 내미는 신세가 됐다. 돈을 못 구한 서민들은 아예 서울에서 쫓겨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집으로 인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주택보급률이 이미 110%에 달하니, 공급 부족은 아닐 것이다. 결국 시장의 분배 기능에 문제가 있고, 이에 적극 개입해 온 정부의 잘못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지난 18일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전월세 관련 대책으로 세번째인 8.18 대책을 내놨지만, 보름이 다 되어가도록 효과가 나타지 않고 있다. 집을 살 수가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집 있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며 더 사라고 권한 '아이러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묵묵 부답'이다.
한국 사회를 40여년 넘게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집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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