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속죄의 레이스’는 준결승까지였다.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남자 100m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게이틀린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준결승 3조 경기에서 10초23의 기록으로 조 4위를 차지했다. 해리 아이킨스 아르예테이(영국), 마이클 프라텔(자메이카)와 함께 전체 13위에 그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경기 뒤 그는 저조한 성적에 괴로운 듯 머리를 두 손으로 쥐어 감쌌다. 이내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때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다. ‘바람보다 빠르다’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22살 나선 2004년 아테네올림픽 1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m와 400m 계주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상승세는 그 뒤에도 계속됐다.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100m, 200m)을 차지했고 이듬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슈퍼그랑프리대회 100m에서 세계 타이기록(아사파 파월·9초77)을 작성했다.


그러나 꼭대기에 오른 이름은 2개월 만에 지워졌다. 그해 7월 도핑검사에서 남성호르몬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8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해야 하는 중징계. 게이틀린은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과오를 인정하고 쓸쓸히 트랙을 퇴장했다.

4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얻은 건 진심어린 반성 덕이다. 게이틀린은 2007년 육상계로 돌아와 교육자로 변신했다. 고교 육상부를 지도했고 유소년 클리닉 등을 열어 꿈나무 발굴에 앞장섰다. IAAF는 숨은 노력을 높게 평가, 형량을 절반으로 줄여줬다. 이에 그는 “‘너는 강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해준 가족들의 성원 덕”이라며 “그들 때문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금지약물 복용의 아픔을 씻고 6년여 만에 딛은 세계선수권대회. 그는 대회 개막 전 긴 공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속죄의 레이스”라고 했다. 목표는 남자 100m, 400m 계주에서의 메달 획득. 무엇보다 육상계에서 잊혀진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싶어 했다.


당초 질주는 결승까지 무난하게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전 부정적인 전망은 준결승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게이틀린의 올해 최고기록은 9초95. 세계선수권대회 전까지 이는 세계랭킹 15위에 해당됐다. 8위까지 나서는 결승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셈. 더구나 그는 최근 허벅지 근육통에 시달리는 등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이날 준결승에서 세 번째로 느린 0.185초의 반응속도를 노출했고 50m 뒤 질주에서도 함께 레이스를 펼친 킴 칼린스(세인트키츠네비스), 네스타 카터(자메이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경기 뒤 미국 관중들의 환호에도 고개를 숙인 채 퇴장하는 그는 달라진 100m계의 현실을 현저하게 실감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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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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