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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대학'으로 오세요 - 미타니 코키 원작 '웃음의 대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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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대학'으로 오세요 - 미타니 코키 원작 '웃음의 대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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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난 2008년 송영창, 황정민 주연으로 초연되어 큰 호평을 받았던 연극 '웃음의 대학 笑の大學'(제작_연극열전)이 오는 9월 18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통산 여섯 번째 앙코르 공연이 진행된다. '웃음의 대학'은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우쵸우텐 호텔' '매직 아워'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 겸 감독 미타니 코키(三谷幸喜)가 각본을 쓴 작품이다. 지난 1996년 10월 일본 도쿄 아오야마 원형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웃음의 대학'은 그로부터 8년 뒤인 2004년에는 일본의 국민배우인 야쿠쇼 코지와 'SMAP' 멤버 이나가키 고로 주연으로 영화화돼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두루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웃음의 대학'은 제 2차 세계 대전 막바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희극을 모두 말살하려는 검열관과 웃음에 인생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의 희곡 작가가 벌이는 웃음과 눈물을 두루 담은 7일간의 해프닝을 그린다.

한정된 공간, 밀실의 미학
모두가 웃음을 잃어버린 비극의 시대, 극단 '웃음의 대학'의 전속 작가는 힘든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검열을 신청한다. 하지만 평생 연극 한 편 본 적 없는 검열관은 이런 시대에 희극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는 극단 '웃음의 대학'의 문을 닫게 하기 위해 대본 속 '웃음'이 있는 장면은 모두 삭제하라고 강요한다.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며 대본을 수정하지만, 대본은 오리지널 버전보다 더 기발하고 유쾌하게 진화해 간다.
'웃음의 대학'으로 오세요 - 미타니 코키 원작 '웃음의 대학' 이야기 원본보기 아이콘

제 2차 세계 대전 배경의 연극이지만, '웃음의 대학'은 뜻밖에도 '검열실'이라는 한정된 세트에서 내러티브를 펼친다. 이 한정적인 공간에 등장하는 배우는 엑스트라 1명과 다채로운 활약을 벌이는 '손'을 제외하면 검열관과 작가 딱 두 명이다. 세트도 평범하고, 기발한 무대 장치도 없다. 다분히 단조로워질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웃음의 대학'은 두 캐릭터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밀고 당기기'로 이를 완벽히 만회한다. 극의 발단, 전개, 갈등, 절정, 결말이 검열관과 작가의 교감을 통해 확실히 보여지며, 폭압적인 권력에 대한 시니컬한 암시까지 담고 있다. 다름아닌 '웃음의 대학'이 2인 극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작품이라는 말이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낳는 작가, 미타니 코키
미타니 코키에게는 '일본 최고의 스타 작가' '웃음의 연금술사 '웃음을 만드는 천재' '미타니 월드의 교주'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61년 7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미타니 코키는 일본대학 예술학부 연극학과 재학 중이던 1983년 동료들과 '도쿄 선샤인 보이즈'라는 이름의 극단을 결성했다. 이 극단에서 그는 상상을 초월한 참신한 기획의 코미디를 꾸준히 발표하며 TV에 빠진 젊은 세대를 연극 무대로 유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타니 코키

미타니 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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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TV로 활동 무대를 옮긴 미타니 코키는 TV 드라마 '후루하타 난자부로' '왕의 레스토랑' 등의 메가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이를 계기로 영화로 크로스오버를 감행한 미타니 코키는 1997년 연출 데뷔작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 각본뿐 아니라 제작, 감독의 분야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재기 발랄한 문체와 독특한 상황 설정 등 미타니 코키는 연극 무대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의 장르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일본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웃음의 대학, 웃음의 철학
미타니 코키의 전체 필모그라피를 관통하는 키 포인트는 '웃음의 철학'이다. 그의 작품은 웃음을 통해 세상을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면서 바깥 세상과 삶을 변주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해프닝과 그에 따른 웃음이 스며들어 있지만 결코 단순한 재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권력, 예술과 예술가, 표현의 자유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을 건드리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이런 미타니 코키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그의 대표작 '웃음의 대학' 속 웃음이 타당성과 개연성을 가진 '근거 있는' 웃음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의미한 1차원적 개그가 아닌, 창조적인 웃음이다. 심각하고 진지한데 이상하게 점점 더 웃겨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폭소 연발 상황인데 눈물이 슬쩍 날 것 같기도 하다. 미타니 코키가 추구하는 코미디 철학, 바로 '미타니 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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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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