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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에일리언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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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에일리언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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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이 영화 시쳇말로 ‘골 때린다’. ‘넌 내게 주고 말거야’라는 카피와 함께 육감적인 표정으로 관객들을 노려보는 비키니 차림의 여자가 등장하는 영화 포스터는 흡사 싸구려 에로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뚜껑을 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단 500만 원으로 만들어진 ‘초’ 저 예산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는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와 공상과학(SF), 호러, 스릴러 등 우리가 영화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뻔뻔할 정도로 표현해낸다.

‘에일리언 비키니’의 주인공인 30대 루저 영건(홍영근 분)은 ‘도시 지킴이’를 자처하는 남자다. 밤마다 도시를 배회하며 바른 생활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숫총각’ 영건은 어느 날 밤 괴한들에게 쫓기던 여자 모니카(하은정 분)를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뇌쇄적인 외모의 모니카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 영건. 하지만 모니카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 지구를 찾은 외계인이었다. 순결 서약을 지키려는 지구 남자 영건과 최상의 정자를 ‘득템’해야 하는 외계인 여자 모니카가 하룻밤 동안 벌이는 좌충우돌기는 이렇게 시작이다.
맞다. ‘에일리언 비키니’의 외적인 만듦새 자체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 75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다 영화의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제작비 덕택에 ‘에일리언 비키니’의 오영두 감독이 실제 거주하는 금호동 옥탑 방에서 진행됐다. 당연히 세트는 터무니없고, ‘무료 봉사’한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오버’의 향연이다. 장면 연결도 어색하고 이야기 전개도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에일리언 비키니’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뻔뻔함’에 있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에드 우드’로 대표되는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B급 SF 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다. 한국에서도 이 장르의 추종자들은 여럿 발견된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기막히고 발칙한 상상력을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를 닮아있다. ‘품앗이’ 수준으로 어렵고 치열하게 영화를 완성한 감독의 뚝심은 재작년 한국 독립 영화의 ‘발견’에 해당되는 ‘불청객’(2010)의 이응일 감독의 재판이다.

‘에일리언 비키니’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철저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웰 메이드 영화들에 익숙하다면 ‘에일리언 비키니’는 쳐다보기도 싫은 ‘쓰레기’ 영화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럴듯한 껍데기지만 따분하고 진부한 이야기로만 일관하는 충무로 제도권 영화들과는 달리 ‘에일리언 비키니’에서는 충실하게 장르들을 추구하는 감독의 순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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