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소장한 목가구 및 목재 생활 소품으로 스타일을 읽는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조선시대 목가구에서 생활의 지혜를 엿본다. 엄격한 사랑방,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안방과 주방까지. 조상들의 문화적 깊이와 미감이 반영된 조선의 목가구에서 우리는 또 현대적 미학을 읽을 수 있다.

일찌기 화가들이 소장하고 아꼈던 목가구 및 목재 생활 소품이 있다. 어떤 미감으로 그들 삶의 일부가 되고, 스타일의 일부가 되었을까?


▲ 김환기가 소장했던 이층사방탁자(二層四方卓子), 19세기, 49x39x89(h)cm

▲ 김환기가 소장했던 이층사방탁자(二層四方卓子), 19세기, 49x39x89(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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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이층사방탁자'
"방 어느 곳에 놓아도, 어디서 봐도 미적으로 제 몫을 다 하는 탁자입니다. 궁금합니다. 누 가 어떻게 이토록 완벽하게 만들었을까? 가늘고 긴 사각목과 납작한 판 몇 장 가지고 이런 예술품을 만들어 내다니! 두고 보면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돈이 좀 필요하다 해서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해 보내주면 그걸로 골동품을 샀더라고. 하루는 손바닥만 한 사발 하나를 사와서는 지인들과 함께 술상을 차렸더랍니다. 그리곤 사 온 사발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거참! 거참! 요것 참!” 감탄을 연발하시며 즐기셨다고요. 그건 제 기억에도 선합니다. 지금도 그때 아버지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선 장신이었기 때문에 버스를 싫어했습니다. 시내에서 가회동으로 삼청동 고개를 넘고 산을 넘어 성북동 집으로 통하는 길을 걸어다녔습니다. 한번은 무겁고 부피가 큰 탁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이 먼 길을 걸어 오셨더랍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 김금자 (김환기 화백 차녀)


▲ 김종학이 소장한 문갑(文匣), 19세기, 55.4x24.3x39(h)cm

▲ 김종학이 소장한 문갑(文匣), 19세기, 55.4x24.3x39(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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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의 '문갑'
"4단 먹감나무 문갑이다. 먹감나무의 무늬를 잘 살린 것이 재미있다. 아래 세 단은 마치 산처럼 보이게, 맨 윗단은 서랍을 둘로 나누어 거꾸로 된 산처럼 배치해 변화를 주었다. 큼직 한 원 모양 주석 장식이 엄숙한 사각의 형태를 깨는 것도 재미있다." - 김종학


▲ 서세옥이 소장한 빗접, 19세기, 27.5x27.5x24(h)cm

▲ 서세옥이 소장한 빗접, 19세기, 27.5x27.5x24(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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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방의 '연상'
"벼루집(연상: 硯床)은 문방사보(文房四寶) 중 하나로 벼루를 보관하는 것이다. 보통 치수를 재어 호사가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모양이 제각각이다. 무늬가 좋은 나무를 고르고 벼루 주인과 소목장(小木匠)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벼 루 주인의 안목과 목수의 눈썰미가 합해지면 그 목공예의 품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비 의 손때가 묻은 벼루집은 그래서 더 귀중하고 아름답다. 여기 이 벼루집도 아마 멋과 운치를 아는 선비가 샀던 것이라 여기고 어루만져 세월의 때를 느끼며 내 곁에서 같이 지낸다."- 송영방


▲ 이우환이 소장한 이층 책장(二層冊欌), 18세기, 102x41x85(h)cm

▲ 이우환이 소장한 이층 책장(二層冊欌), 18세기, 102x41x85(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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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이층 책장'
"사방탁자니 책장 같은 조선 목가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기막히게 어정쩡한 작품성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걸 '무르익는 모순덩어리'라고나 해야 하나?
중국이나 유럽 왕실의 그것들은 완성도가 완벽에 가깝다. 천자나 일신교의 절대신을 바라보고 위로만 향하는 작품성은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위대하다. 그런가 하면 땅이나 애니미즘의 신앙이 짙은 아프리카나 남미지역의 그것들은 마치 본능의 에센스같다. 대지의 힘이 나 오히려 밑으로 향하는 다이나믹한 자연의 모습이 무서우리만큼 경이롭다. 그런데 조선 조 목기는 언제까지나 위, 아래가 중간에서 편안히 겨루고 있지 않은가. 이루려는 의지와 사그라지려는 체념의 양면성이 어울려있는 셈이다. 삶과 죽음을 함께 숨 쉬고 있는 무한의 법신(法身). 무르익는 모순덩어리. 오, 조선의 목기여!" - 이우환


▲ 장욱진이 소장했던 재떨이, 19세기, 지름 31x5(h)cm

▲ 장욱진이 소장했던 재떨이, 19세기, 지름 31x5(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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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의 '재떨이'
"아버지가 늘 만지작거리는 물건이 있었다. 담배 파이프와 회중시계인데 두 물건 모두에 대단히 까다로우셨다. 담배 파이프에 대해서는 특별히 엄격해서 당신 눈에 조금도 어긋나서는 안 된다. 매일 그것을 이쪽저쪽 문지르며 조금씩 깎다가 마음에 안 드시면 어렵게 구한 담뱃대가 아궁이로 들어가기 일쑤다. 그러나 일단 마음에 든 것은 끔찍이도 아꼈다.
재떨이의 재질은 느티나무로 깎은 가운데가 볼록한 원형 재떨이다. 조선시대 후기 사랑방에서 사용했을 법한 넉넉한 모습이다. 이 재떨이는 김형국 선생이 선물한 것으로, 아버지가 건강할 적에는 이 재떨이를 마루 위로, 마당 멍석 위로 왔다 갔다 늘 끼고 다녔었다. 이 재떨이만 보면 아버지의 행동반경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젠가는 어머니께서 과일을 깎아 껍질을 재떨이에 버리니 아버지가 얼른 치워 버리시더라고.
화실을 방문하는 분들이 그림물감 옆에 떡하니 놓여 있는 이 둥근 물건을 보고 이것은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묻곤 했다. 재떨이라고 하면 그 크기에 모두 미소 짓는다." - 장경수(장욱진 화백 장녀)


▲ 서세옥이 소장한 빗접, 19세기, 27.5x27.5x24(h)cm

▲ 서세옥이 소장한 빗접, 19세기, 27.5x27.5x24(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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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옥의 '빗접'
"빗접은 여성들의 몸단장을 위한 빗, 빗치개, 뒤꽂이, 비녀, 분첩 등 화장도구를 넣어 두는 곳으로 거울이 달린 좌경과 나란히 놓인다. 이것은 대나무 겉대를 오려내고 선을 음각한 후 목재 면에 붙였다. 한국 목가구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기법이다. 천판에 구름과 학, 사면에는 매화와 새, 연꽃과 오리, 국화와 괴석, 석류와 꿩을 세련된 조각 솜씨로 새겨 넣었다. 이 문양들은 부귀영화, 입신출세, 자손번창, 불로장수를 뜻하며 여성들의 가정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 박영규(용인대학교 교수)



두가헌 갤러리에서 지난 7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전. 전시는 8월 26일(금)부터 9월 25일(일)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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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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