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류성걸 1,2차관 등 재정부 관료들 입에서 쉴새 없이 나오는 단어가 재정균형,재정건전성 등 재정과 관련된 것들이다. 재정부 관료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대혼란 속에서 "외채구조,외환건전성이 양호해 2008년 위기와는 다르다"고 운을 뗀다. 그리곤 반드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재정균형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나라살림을 맡은 재정부로서는 내년도 세입, 세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출요구에 손을 더 벌리는 곳이 많아서다. 특히 국내외 경기 하강요인이 크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저축은행에 내년도 정치일정 등을 고려하면 재정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금을 쪼개고 빚을 내서 금융위기를 극복했는데 3년만에 다시 위기가 찾아와서 그런 전철을 다시 밟을 만한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리대상수지를 기준으로 한 재정수지는 2007년 3조6000억원 흑자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2%대로 급락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줄었고 세출은 증가해 15조6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09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인 28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 재정적자가 43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4.1%로 커졌다. 그나마 2010년에 급속한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세수가 예상보다 7조2000억원 늘면서 재정수지가 대폭 개선됐다. 국가채무도 부담이다. 국가채무는 2007년 299조2000억원에서 2008년 309조원,2009년 359조6000억원,2010년 392조원으로 증가했다.

내년도 살림꾸리기도 고민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ㆍ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332조6000억원, 올해 예산대비 7.6% 증가한 규모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국고보전분 등 이번 요구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대규모 사업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내년 요구증가율은 2005년 총액배분자율편성 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다.


재정부는 대학 등록금 지원 등 대규모 수요가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톱다운(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도입 후 요구가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는 그간 무모한 포퓰리즘 예산요구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했으나 정치권의 요구는 끊이질 않고 더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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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박재완 장관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현안보고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경제상황과 수해복구, 내수창출 등을 위한 목적의 추경은 필요성 자체가 없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가계와 정부부채의 급증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능력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지출이 누적된 것"이라면서 "급작스럽게 지출을 늘리는 것은 지금 여러나라에서 목도하는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국가경제에 있어 재정건전성이 가장 중요한 보루라는 점을 확인시킨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치권에 재정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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