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세계 증시의 동반 패닉장세를 몰고 온 미국 증시의 폭락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초단타 매매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국내 증시에도 이런 매매의 영향이 있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거래소도 관심을 갖기 시작, 대응이 필요한지를 살피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케이블방송 CNBC의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과거 유명 펀드매니저였던 짐 크레이머는 9일 "미국 증시의 폭락세는 S&P의 신용등급 하향이 아니라 고빈도 거래자(High Frequency Traders) 탓"이라고 주장했다. 크레이머는 "매도공세가 마치 일제히 발을 맞추듯 진행된 것은 '기계'(컴퓨터)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매도 속도가 워낙 빨라 일반 투자자들이 사고자 하는 호가보다 앞서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았고, 일반 투자자들은 그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한 고빈도거래(HFT, High Frequency Trading)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 기반의 초단기 매매기법을 말한다. 일정 조건을 부여한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초단타 매매를 하는 것이다. 주식을 겨우 수초, 수분 또는 길어야 몇 시간씩만 보유하며 푼돈 수준의 이익을 얻지만, 엄청난 거래량으로 결국 큰 돈을 버는 방법이다. 미국의 금융컨설팅사들은 HFT가 미국 하루 주식거래량의 40~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주식시장에도 HFT가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큼 비중이 클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증시에도 HFT와 고빈도거래자가 존재한다. 다만 그 실체와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알고리즘 매매 전문가는 "규모가 명확하진 않지만 국내에도 HFT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ELW시장의 스캘퍼처럼 주식시장에도 고빈도거래자가 IT전문가 등과 팀을 꾸려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국내 증시의 HFT 비중은 아직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며, 따라서 이번과 같은 폭락장을 유도한 요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주식투자 게시판 등을 통해 HFT 거래정보가 가끔 노출되고 그런 세력을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있어 일부 종목의 등락폭을 확대하는 데에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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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관계자는 "HFT의 정의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안돼 있어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다. 아직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면서도 "국내에 HFT로 의심되는 거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개념을 규정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외부 용역 등을 통해 HFT 현황을 파악하고 연구할 것을 계획중"이라고 말하고 "불공정거래 소지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이 발견될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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